[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재개발사업을 할 때 부동산 인도에 앞서 손실보상금을 비롯해 주거이전비 등을 먼저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수도권의 한 재개발조합이 토지소유자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이 조합은 사업구역 내에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A씨와 손실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했고, 위원회는 이 신청을 받아들여 수용재결을 했다. 수용재결이란 협의불능이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은 때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의해 보상금의 지급 또는 공탁을 조건으로 소유권을 옮기는 처분을 말한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조합은 수용재결에서 정한 손실보상금을 수용개시일 이전에 공탁했으나 A씨가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A씨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이주정착금과 주거이전비, 이사비가 지급되지 않아 부동산을 인도할 수 없다고 맞섰다.
1·2심 재판부는 "수용재결로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주거이전비 등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근거로 부동산 인도를 거절할 수 없다"고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A씨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토지보상법 제78조에서 정한 주거이전비 등도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하므로 주택재개발사업시행자가 부동산을 인도받기 위해서는 협의나 재결절차 등에 의해 결정되는 주거이전비 등도 지급할 것이 요구된다"며 "만일 사업시행자와 현금청산대상자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면 지급의무와 인도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고, 재결절차 등에 의할 때는 주거이전비가 먼저 지급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조합이 주거이전비 등에 대해 재결신청을 안해 수용재결에서 주거이전비 등에 대해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보상금을 공탁한 것만으로 손실보상이 완료됐다고 단정하고 인도 청구를 인용했다"며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 완료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실무적으로 사업시행자가 부동산을 인도 받은 후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하는 것이 대체적인 관행이었는데 수용재결절차에서 재결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는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받지 못한 채 부동산을 인도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주거이전비 등 지급대상에 해당함에도 이를 지급받지 못한 경우 사업시행자의 부동산 인도청구를 거절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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