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승계 문제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관련 질문이 넘어가는 듯 보였지만 최 회장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가족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볼 수는 없고, 사업 환경과 상황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국세청장-대한·서울상의 회장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06.10 mironj19@newspim.com |
최 회장은 9일 카카오 음성 플랫폼 '음(umm)'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기업'을 주제로 개최된 생방송에 참여했다.
최 회장은 이날 "저 역시 승계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는 창업주부터 2세, 3세로 이어질 때 한국과 비슷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했다"면서도 "미국에는 아직도 꽤 많은 가족 경영인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일본도 가족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됐다"며 "일본의 도시바가 내부 문제로 반도체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는데 일본인 중에서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반도체 경영은 위험성을 감당해야 하는데 일본의 전문경영인들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일본은 그런 경영인이 없다 보니 한국을 오히려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렇게 놓고 봤을 때 어느 것을 문제라고 보느냐에 따라 차원이 다르다"며 "정답이 있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가족경영의 폐해인 것처럼 보이는 게 상당히 있기는 하다"면서도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이런 문제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한국에서의 가족경영은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매일 질책을 받고 얻어맞는다"라며 "시간이 좀 더 흐르면은 당연히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기업이나 문제를 일으키지만 체제의 문제인지, 다른쪽 문제인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생방송은 진행자가 질문을 취합해 참석자들에게 질의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기업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에 대해 "과거 기업가 정신은 불굴의 의지였고, 현대 기업가 정신은 기술적 혁신이다"라며 "그런데 기술 혁신만으로 충분할까라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에서 길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 소비자에게 제품을 많이 팔면 됐다"며 "하지만 기술혁신으로 이제는 서로 아는 사람이 됐다. 시장이 필요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제품의 성능만으로 환경, 일자리, 지배구조 등 소비자의 가치를 채울 수 없다"며 "사회적 가치에 맞춰 모든 변화가 다각도로 일어나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상명하복식 대기업 문화에 대해 "숫자가 많아서 그렇다"며 "작은 조직이면 당연히 많은 소통과 여러 의견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조직이 크면 어렵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전체 직원이 1000명이라면 1명이 물리적으로 다 들어줄 수없다. sns 등 디지털 기술이 발달돼서 문화를 고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자의 말에 "기업에 대한 애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중에서도 '증'을 듣고싶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기후변화와 기업의 책임'에 대해 "환경 오염 문제는 오랫동안 비용으로 반영되지 않아 비롯된 문제"라며 "돈을 먼저 벌고 싶은 입장이라면 환경 문제를 내부화하는 걸 싫어한다.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탄소세를 언급하며 "이제는 내부화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탄소를 배출하려면 비용이 부과되는 시대"라며 "좋든 싫든 환경 문제를 내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많은 기업인들이 내부의 문제라고 인식을 하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애초 10시 30분까지 예정됐던 생방송은 오후 10시 56분에 종료됐다. 그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금요일 저녁 시간이었지만 동시 접속자가 최대 5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맺음말에서 "기업 변화를 유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오늘 같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많이 듣는 시간이 필요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오늘 같은 대화의 장이 계속 열려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저도 계속 나오겠지만 다른 기업인들도 이런 자리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생방송에는 최 회장 외에 서울상의 부회장인 OCI 이우현 부회장,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 이나리 ㈜플래너리 대표, 이진우 경제평론가,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가 참여했다. 진행은 김경헌 HGI 이사와 이정아 구글코리아 부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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