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지" 가수 조용필의 명곡 '고추잠자리'가 현대자동차 쏘나타 광고에 나온다. 노래 처음 선보인 게 1981년이니까 무려 40년 됐다.
광고에서 젊은 남성 운전자는 신호등이 녹색등으로 바뀌자, 엔진회전수를 높이며 빠르게 출발한다. 그러면서 노래에 대해 "우와 이거 힙합이네"라며 탄성을 내뱉는다.
'어른이 되어간다'. '가치를 알아간다'는 메시지로 끝나는 쏘나타 광고에서 크게 두 가지를 엿볼 수 있다. 1985년에 첫 출시 이후 현대차를 대표하는 쏘나타의 소비자를 2030세대 등 젊은 세대로 정했다는 것. 또 하나는 현대차가 광고를 통해 젊은 세대와 공감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김기락 산업1부 차장 |
군대식 문화로 알려진 현대차 문화는 지극히 보수적이었다. 남성 직원들은 감색 정장을, 여성 직원은 흰색 블라우스와 긴 치마를 보면 현대차 직원이 아니더라도 과한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문화 탓에 젊은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은 경영진까지 전달되기 어려웠다. 임원이 아니고서야 경영진을 만날 수 조차 없었다. 그런데 2019년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직원 복장 자율화,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해 수평적 문화로 변화에 나섰다.
수십년 동안 굳어진 기업 문화가 어떻게 하루 아침이 바뀌겠는가. 아직은 직원들이 크게 체감할 수준까지 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생산 중심의 완성차 회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혁신 속의 변화를 시도한 것은 분명 잘 한 일이다.
정의선 회장은 당시 임직원에게 "우리나라 민족, 우리나라 사람, 여러분 모두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발휘를 못한다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결국 그 틀을 깨어나는 것이 우리 회사가 해야 하는 일. 이것을 한다면 다른 회사가 될 것"이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창의성, 업무 효율성, 보고 문화 간소화 등을 중요시 하는 정의선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혹독한 '밥상머리' 교육과 모진 경영 수업을 받고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 역시 수평적이라고 할 수 없는 과거를 보낸 셈이다.
정 회장과 회사가 젊은 임직원을 바라보는 동안 현대차 노동조합은 파업 엄포를 놓고 있다. 근로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올해 임금단체협상 조건으로 내건 65세 정년 연장 만큼은 '조직 이기주의의 정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은 "MZ세대에 대한 현대차 노사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글을 게시해 "노조는 정년이라는 부분에 집중해 말로는 5만 조합원을 대표한다면서 실제로는 향후 몇년이내 정년 퇴직할 약 1만 여명의 권리를 위해 앞으로 회사를 짊어지고 키워야할 원동력인 MZ세대를 버렸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소식지에서 "정년 연장으로 노동자는 안정적 노후보장, 회사는 숙련노동 제공으로 품질력을 높일 수 있다"며 "노사 윈윈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정년 연장"이라고 주장한다. '조인트' 까이며 일 배운 기성세대들의 현 모습인 듯 해 씁쓸하다.
60세 이상의 근로자가 만든 한국 자동차의 품질이 높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거꾸로 MZ세대(1980년대~2000년 초반 출생)들이 자동차를 만들면 과연 품질이 떨어질까? MZ세대를 기반으로 한 이윤 추구를 통해 기성 세대의 정년 연장을 바라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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