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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흑묘백묘론과 비트코인

기사등록 : 2021-07-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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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영상 GAM부장 =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가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여기저기서 투자니 투기니 하는 공방이 펼쳐지고, 정부 및 금융 당국에서는 가격 변동이 심하고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청년들이 하루에 20%씩 오르내리는 자산에 함부로 뛰어드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비단 국내뿐일까.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지난 3월 "그것들은(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높고 유용한 가치 수단이 아니며 그것이 기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그것은 투기 자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비트코인은 '투기'라는 쪽에 힘이 실릴 수 있겠다. 하지만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쉽사리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출간된 지 8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월가에서 투자자들의 바이블로 꼽히는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의 저자 프레드 쉐드는 그 경계 설정의 모호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말하는 것은 사랑에 들뜬 10대 소년에게 사랑과 욕망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 소년은 사랑과 욕망의 차이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에 빠진 것인지 욕망을 품고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말이다.

단, 투자든 투기든 이익을 추구한다는 공통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쉐드도 "투기란 본질적으로 자신의 부를 터무니없이 부풀리려는 것이고, 투자는 원본을 보존하면서 수익을 올리려는 행위이다"고 정의했다.

비트코인이 투자니 투기니 싸우는 얘기를 듣다 보면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주장하던 덩샤오핑이 펼쳤던 경제 정책 '흑묘백묘론'이 떠오른다.

다들 잘 알고 있듯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가 됐든 공산주의가 됐든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것이 흑묘백묘론의 핵심이다.

비이성적 가격 움직임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암호화폐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 역시 투자가 됐든 투기가 됐든 수익만 낼 수 있으면 하는 원초적 욕망 때문이다.

재밌는 건 때로 이런 투기적 욕망이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 유명한 160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를 계기로 네덜란드는 세계적인 화훼 국가가 됐다. 1800년대 영국의 철도 투기는 증기 기관이라는 기술적 혁신에 의해 나타났다.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적 기술에 의해 태어나 화폐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도 있는 암호화폐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이들에게 투자니 투기니 하는 답도 없어 보이는 논쟁이 귀에 들어오기나 할까.

이들에게는 지금 검든 희든 쥐를 잡아줄 수 있는 고양이가 필요할 뿐이다.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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