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한일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한일관계 개선도 어렵게 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발표했다.
박 수석은 "한일 양국 정부는 도쿄올림픽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국 간 역사 현안에 대한 진전과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에 대해 의미있는 협의를 나누었다"고 그동안 진행된 양국 간 협의를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한일 정상회담 무산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7.19 nevermind@newspim.com |
박 수석은 이어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정상회담 무산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은 양국 간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독도 문제 등에서 진전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서면 질의응답을 통해 "외교적 협의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며 "양국 현안을 전반적으로 협의했고, 궁극적인 목표는 관계 복원이었으나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았다. 전반적으로 조금씩 진전은 있었다"고 말했다.
양국 간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지난 15일 JTBC 기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 '마스터베이션'(자위)이라는 막말을 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박수현 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청와대의 입장은 국민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며 "그리고 이 문제가 지금 방금 소마 공사의 입장도 제가 들어봤지만 이것이 개인적 일탈이냐 아니면 스가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이 사고의 프레임이냐라고 하는 것을 두 가지를 다 가능성을 놓고 저희도 판단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저희 정부에 입장을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고 일본의 공식적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7.12 photo@newspim.com |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며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화했다"고 청와대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이 유감의 뜻을 표시한 것과 관련, "일본 정부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주한일본 대사가 매우 유감스럽다는 공식 표명에 이어, 오늘 오전 일본 정부 차원에서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발표한 것에 주목한다"며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적절한 후속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할 것이며, 향후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본이 자국 언론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방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나타내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 수석은 "지금까지 저희가 견지해 온 입장은 일본 정부가 특정 언론을 이용해서 그렇게 어떤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 이것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 바가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지난 13일 기자들과의 서면 질의응답에서 "최근 일본 언론 보도를 볼 때, 정상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문제나 한일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인상이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일본 측의 태도에 불쾌감을 나타낸 후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용의는 있으나, 회담이 개최되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일본 측에 공을 넘기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무산에도 불구, 추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며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이번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해 나가고자 한다"며 "한일 정상 간 만나게 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이번이 좋은 기회로 기대를 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문재인 대통령 대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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