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호영 인턴기자 =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선수촌 골판지 침대'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림픽 조직위는 선수촌에 배치된 '골판지 침대'가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어진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침대는 높이40cm, 폭 90cm, 길이210cm로 최대 200kg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가격은 20만 엔으로 한화 약 220만원이다.
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사이에서는 '골판지 침대'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한 미국의 육상 선수 폴 첼리모는 "일등석도 못 타고 골판지 침대에 자게 생겼다"며 "누가 소변이라도 본다면 이 골판지 상자가 젖어버려 침대가 주저앉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이어 "곧바로 바닥에서 자는 법을 연습 해야겠다. 만약 내 침대가 무너져 바닥에서 자야 한다면 난 끝장날 테니"라며 "도쿄로 향할 수록 스트레스가 더해간다"고 호소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배치된 골판지로 만들어진 침대의 모습. [로이터 통신=뉴스핌] 2021.07.20. shinhorok@newspim.com |
대회 조직위는 2명 이상의 선수가 함께 침대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골판지 침대를 배치했다. 선수들의 사적 접촉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올림픽 대회 때마다 제공하는 수십만개의 콘돔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올림픽 참가 선수와 외부 관계자들의 접촉을 차단하는 이른바 '버블 방역'으로 올림픽 발 감염 확산을 막고자 세운 방침의 일환이다.
로이터 통신은 골판지 침대를 '안티-섹스(성관계 방지)' 침대라고 칭했다. 골판지 침대 붕괴 우려로 선수들이 대회 기간 동안 잠자리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일본 매체는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사용되는 골판지 침대가 해외에서 `성관계 방지용`으로 인식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며 우려하고 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도쿄올림픽 기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원래는 환경친화적인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것이 골판지 침대의 목적이었지만 성관계 방지로 인해 코로나 감염 예방까지 되면 일석이조가 아닌가""라며 침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일랜드 체조 선수 리스 맥클레너건이 자신이 침대에서 뛰어보며 침대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있다. [사진=리스 맥클레너건 SNS 캡쳐] 2021.07.20 shinhorok@newspim.com |
'종이 박스 침대'를 반기는 선수도 있다. 아일랜드 체조 선수 리스 맥클레너건은 자신의 숙소 침대에서 뛰는 모습을 담아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제공된 침대가 '안티-섹스'를 위해 의도적으로 골판지로 제작됐다는 말이 있다. 겉보기에는 격렬한 움직임에 무너질 것 같지만 그건 가짜 뉴스"라고 했다.
도쿄올림픽 공식 트위터 계정은 이 트윗을 공유하며 "'설'이 잘못됐음을 밝혀준 것에 감사하다. 지속 가능한 침대는 튼튼하다"고 답했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에 제공된 침대는 부러지지 않는 철제 프레임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서진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