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문재인 정부들어 창업기업수가 급증하면서 '제2의 벤처붐'이 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창업기업의 생존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지원금을 받더라도 5년차의 경우, 절반 수준의 생존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창업 정책의 혁신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 20년간 집계된 신설법인 수 절반은 문재인 정부 4년동안 일궈낸 성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께 정부 창업예산이 2016년 대비 지난해 두배 이상 급증하면서 창업기업 역시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디캠프(D.Camp)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2019.03.06. |
실제 중기부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 창업지원 예산은 1998년 82억원에서 2016년 3766억원, 2020년은 8492억원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최근 4년 동안 4726억원이 증가해 지난 20여년간 증가분의 약 60%가 이 기간동안 증가했다.
신설법인이 2000년 6만1000개에서 지난해 12만3000개로 20년동안 6만개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동안 지난 20년간 증가분의 절반에 가까운 2만7000개가 늘었다고 중기부는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창출과 시장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창업시장에 쏟아부은 마중물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시키며 창업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도록 한 점 역시 문 정부의 성과 목록에 포함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타 부처와의 연계된 창업 수요를 이끌어내는 등 양적인 면에서는 충분한 역량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 재정지원에도 생존율 하락은 숙제...창업 정책의 혁신 절실
정부가 창업기업 지원에 힘을 쏟고 있으나 여전히 정부 지원이 실제 창업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 지에 대해 현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3~5년차때 창업기업 상당수가 소멸한다는 데스밸리(Death valley)에 여전히 창업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어서다.
실제 정부지원을 받은 창업기업의 생존율은 1년차 92.5%, 2년차 86.1%, 3년차 75.4%, 4년차 65%, 5년차 57.1%로 낮아지고 있다.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 기업 대비 30% 정도 생존율은 높지만, 여전히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연차가 늘수록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창업기업 한 관계자는 "초창기 창업기업의 애로사항이 사실 자금 문제이다보니 그런 부분을 충족해줄 수 있는 창업정책이 우선적으로 자금 지원개념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창업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한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한다.
중기부 한 관계자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 부담금을 면제하는 등 제도적인 부분을 병행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공공기관 우선 구매 제도 역시 창업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창업 현장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지원 이외에도 창업기업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김대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명예 이사장은 "국내 창업 정책이나 생태계를 보면, 여전히 기존 경제성장기의 정책 트랜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쟁력을 갖춘 창업자라도 기업을 폐업하지 않고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이사장은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자들이 임신하면 사업을 아예 접거나 군대 때문에 창업기업을 울며겨자먹기로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사례만을 보더라도 일반 기업, 공무원 기준을 넘어선 정책이 나오지 않다보니 내년 차기 정부에서는 창업정책 자체에 혁신을 도입해 재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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