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보수적인 국내 은행권에서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금융의 육아휴직 사용 남직원은 세 자리수로 크게 늘어 눈길을 끈다. 남성 육아휴직 복지는 은행들이 거의 비슷하지만 사용에 있어 '내부 분위기'가 좌우하는 한다는 의견이다.
22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이 발표한 '2020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대 금융그룹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수는 총 162명이다. 이는 4년 전인 2017년(78명)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남성 육아휴직은 2017년 78명, 2018년 87명, 2019년 129명, 2020년 162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사별로 보면 지난해 KB금융이 105명으로 육아휴직한 남직원이 가장 많았다. 2019년 89명에서 지난해 세 자릿수로 뛰어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이 25명→34명, 하나금융이 7명→13명, 우리금융이 8명→10명으로 늘어났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그룹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1년6개월에서 2년간 유급휴직을 주는 형태다. KB금융은 9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가진 직원에게 1년6개월 유급휴직을 주고, 이를 두 번에 나눠서 쓸 수 있다. 또 늦게 출근하고 빨리 퇴근하는 근로시간 단축을 1년 미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배우자의 출산 시 육아휴직을 최대 2년 쓸 수 있다. 하나금융은 출산 시에 출산휴가를 10일 나눠서 갈 수도 있다. 또 부부가 모두 하나금융 직원이라면 둘이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2019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급여·인사·복지제도까지 완전하게 통합하면서 각 사의 좋은 복지가 채택돼 전반적으로 육아휴직 복지가 잘돼 있는 편이다"고 말했다.
탄탄한 복지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그룹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대기업 평균을 훨씬 밑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지난해 30.4%까지 증가했다.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기 위해선 복지도 필요하지만 사내 분위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함께 일하는 주변 동료들이 육아휴직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향후 복직했을 때 승진이 늦춰진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남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육아휴직한다는 남직원한테 '승진 포기했어?'라고 묻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주변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육아휴직 하는 남직원들이 종종 보이면서 사내 분위기가 많이 바뀐걸 체감한다"며 "육아휴직을 다녀온다고해서 인사에 불이익은 전혀 없고, 다녀온 직원도 현재 핵심부서에 배치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남직원이 육아휴직을 쓴다고해서 눈치를 주거나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임원급의 상사들은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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