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서울 여의도에 직장을 두고 있는 정모(38)씨는 아파트 전세계약이 만료된 시점이 임박하자 고민이 깊어졌다. 집주인으로부터 '재계약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겠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씨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S아파트 전용면적 50.57㎡(9층)의 최근 4억 5000만원으로 정 씨가 해당 단지에 입주했던 2019년 8월 2억 5000만원 보다 2억원이 올랐다.
정 씨는 계약 갱신을 원했지만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 중 보증금 5% 이상을 올릴 수 없다는 이유로 집주인은 직접 입주하겠다며 전세 재계약을 거절했다. 정 씨는 "전월세상한제 때문에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있다"며 "동일한 평형의 전셋집을 구하기도 힘들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함 오피스텔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임대차 3법이 전세 시장의 혼란만 양산만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치솟는 전셋값과 매물 감소로 인해 젊은층의 '패닉바잉(공항 구매)'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과 다세대·연립주택 등에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임대차 3법과 저금리 영향으로 전세 재계약이 감소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 매매 거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실제 오피스텔 거래량과 매매가격 상승률이 아파트를 추월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7.23 ymh7536@newspim.com |
◆ 재계약 거부에 오피스텔 매수로 눈 돌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올해 1분기(1~3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4분기(10~12월) 보다 0.15포인트(p) 상승한 100.2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오피스텔은 0.24p 상승한 100.22로 집계됐다. 지난 4~5월도 2개월간 0.19p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피스텔 가격 상승은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아파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 이후 매수세가 쏠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새 주택임대차법이 시행되고서 1년 만에 서울 대단지 아파트 전셋값이 30% 넘게 상승했다.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용면적 84㎡(공급면적 34평형) 기준으로 전세 실거래가가 평균 2억원 올랐다.
최근 1년(2020년 6월~2021년 6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4.97%)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전세 실거래가(최고가 기준)는 작년 상반기 평균 6억 8216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평균 8억 8823만원으로 2억원 넘게(30.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면적 84㎡는 작년 6월 7억원이던 전세 최고가가 올해 4월엔 12억원에 계약돼 10개월 만에 5억원이나 올랐다.
반면 서울의 오피스텔 가격은 전셋값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소재 'SK허브그린'오피스텔 전용면적 38.51㎡ 타입은 올해 1월 2억 7200만원에 거래됐지만 같은 해 5월 5100만원 오른 3억 2300만원에 손바뀜됐다.
치솟는 전셋값에 오피스텔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올해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 상승률도 1년 6개월간 23.44%가 오르며 아파트(15.97%)을 추월했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오피스텔 매매가격 신표본이 집계된 이후로 오피스텔의 ㎡당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23.44%(430만8000원→531만8000원)에 달했다.
이같은 가격 상승세는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리지 못하자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세입자들이 오피스텔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7월 현재까지 거래된 서울의 전·월세거래는 9만 745건으로 이중 반전세·월세거래는 4만 6286건으로 나타났다. 월세 비중은 48.99%로 지난해 상반기 월세 비중이 28.6%보다 20.39%p 증가했다. 임대차법 시행 전과 비교하면 5%p 가까이 늘어났는데 그만큼 전세 비중은 감소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1.04.27 mironj19@newspim.com |
◆ 고강도 규제가 부른 3040 '패닉바잉'
정부의 고강도 규제 이후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6·17대책과 7·10대책 등 연이은 아파트 중심의 주택 규제가 잇따르자 수요자들이 오피스텔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오피스텔 거래 건수는 12·17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12월 1만 5147건에서 올해 1월 1만3597건으로 소폭 줄어들었지만, 지난 3월 1만4186건, 4월 1만 4806건을 기록하면서 상승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주택시장의 전세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정주 여건이 양호하거나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유입됐고, 경기·인천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으로 대체재인 오피스텔의 전셋값도 동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임차대차3법 시행이후 집주인들이 전세매물을 회수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고 지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주택 규제로 갈 길을 젊은층과 3040세대 등이 오피스텔 등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아파트 규제가 덜했던 2019년에는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가 우상향을 그린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고 진단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1가구 2주택 이상의 늘어난 세부담과 각종 대출규제로 인해 주거형 오피스텔의 선풍적인 인기가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며 "특히 서울 아파트의 가파른 매매가 상승세가 경기도 일대의 아파트 매매가를 밀어 올린 것과 마찬가지로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 상승세로 인한 경기권 오피스텔 풍선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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