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1-07-27 12:46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두고 서울시와 대립해오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 공간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이후 광장에 설치될 촛불시민혁명 기념물에 세월호 참사 내용을 담자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의 씨앗은 여전한 상황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세월호 추모 공간의 광화문광장 존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억공간의 광화문광장 존치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추모를 참사 지역에 둬야 한다는 법도 없고, 그것을 고집하는게 더 이상하다"며 "참사가 일어난 이후 모든 국민들이 끝까지 함께 추모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정작 그런 시설물들을 특정 지역에 둬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오히려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지난 2019년 4월 개관 당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개시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가설 건축물이다. 이에 서울시는 광화문 재구조화 공사 진도에 맞춰 지난 5일 기억공간을 자진 철거해줄 것을 유족 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새로운 광화문광장이 완성된 후 기억공간을 복원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서울시와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일부 시민들은 세월호 기억공간이 광화문광장에 존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가 둘이라는 김모(54) 씨 역시 세월호 기억공간을 광화문광장에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유족들의 입장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며 "삼풍백화점 붕괴나 대구지하철 화재 등 참사가 일어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가는 만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라도 기억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광장에 보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억공간을 광화문광장에서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시민 A씨는 "굳이 광화문광장에 이런 공간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상징성은 오히려 광화문광장보다 팽목항이 더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은 이해되지만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기억공간을 존치하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 정모(31) 씨는 "세월호 얘기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 모르겠다"며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를 하기 위함이라면 개인적으로 하면 되지 꼭 이렇게 공개적인 방법으로 해야 하는거냐"고 되물었다. 이어 "유족도 아니면서 세월호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