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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흔든다' 인텔의 2나노 반도체 선전포고…삼성전자 '발등에 불'

기사등록 : 2021-07-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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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2나노 반도체 개발.."글로벌 1위 탈환"
美 정부 적극적 지원, 퀄컴·MS 등 우군 확보 '든든'
투자 멈췄는데 고객까지 뺏길라..삼성 '초긴장'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미국의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 보다 먼저 2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급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며 '글로벌 1위' 탈환을 선언했다. 지난 3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진출을 선언한지 4개월 만이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자국 내 든든한 우군을 바탕으로 삼성과 TSMC가 주도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와 적극적인 기술개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인텔과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어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텔 액셀러레이터'에서 나선 팻 겔싱어 인텔 대표 [사진=인텔 홈페이지]

◆인텔 "2025년까지 TSMC·삼성 잡는다" 청사진 발표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대표는 26일(현지시간) 열린 온라인 기술설명회 '인텔 액셀러레이터'에서 오는 2025년까지 2nm(나노미터)급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2nm급 반도체는 현재 반도체 선두업체인 삼성과 TSMC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세계에서 유이하게 5nm급 반도체를 양산 중이고, 3nm급은 내년께 생산이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 10nm급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는 인텔이 4년 만에 미지의 영역인 2nm급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의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는 경쟁사인 TSMC와 삼성을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인텔은 이날 2025년까지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연내 7nm급(인텔7) 반도체 생산에 이어 2022년 4nm급(인텔4)에 진입하고 2023년 3nm급(인텔3)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2024년에는 2nm급(인텔20A)을 생산, 2025년부터 본격 양산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이같은 기술 개발 속도전으로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선두 자리를 되찾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인텔은 지난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 14nm 공정에서 10nm 공정으로 전환에 실패하며 2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그런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했고, 불과 4개월 만이다.

인텔의 반도체 기술 개발 로드맵 [제공=인텔 홈페이지]

◆인텔, 미국 정부·퀄컴·MS 등 우근 확보..공격 투자 가능

부족한 기술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최근 세계 4위권의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억 달러, 우리돈으로 34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앞서 20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미국 내 파운드리 신규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인텔의 공격적인 행보는 아시아로 넘어간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기업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다. 특히 이날 펫 겔싱어 CEO는 "퀄컴과 아마존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혀 경쟁사들을 더욱 긴장시켰다.

퀄컴은 세계 최대 통신칩 설계전문 업체로, 삼성에게도 애플, AMD, 엔비디아와 함께 중요한 고객으로 꼽힌다. 퀄컴이 한 해 삼성과 TSMC에 맡기는 물량만 5조원 어치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공급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퀄컴 물량을 인텔에게 빼앗기면 삼성에게도 큰 타격이다. 퀄컴은 글로벌파운드리의 고객이기도 하다.

◆고객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는데..멈춰있는 삼성

파운드리는 메모리 반도체 보다 수주 산업 성격이 짙다. 본격적인 생산 전에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양산과 기술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국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뼈아픈 소식일 수 밖에 없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고 10nm 이하 첨단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면 TSMC와 삼성의 '양강 구도'에 균열이 갈 수 밖에 없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지역으로 유망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가 다음달 중 삼성과의 계약을 마무리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월 가석방 논의가 진행되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오스틴 당국과 협상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진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지금까지 멈춰있던 '투자시계'가 정상적으로 재가동될 수 있어 TSMC, 인텔과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기술력 격차가 큰 탓에 삼성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0nm대 반도체와 10nm 이하 반도체 사이의 기술력 격차는 상당하다"며 "단기간 내 기술 격차를 좁히기 힘들어 당장 삼성과 TSMC에 위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인텔 계획대로 10nm 이하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 반도체가 사용되는 CPU 등의 제품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해 공정개발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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