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코오롱글로벌이 향후 3개월간 토목건축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됐다. 회사가 경기도청을 상대로 3년째 벌인 소송전에서 사실상 패했기 때문이다.
코오롱글로벌의 한 해 매출에서 토목건축사업이 절반을 차지하는데다 오는 2023년까지 실적 둔화가 예상되고 있어 우려가 높다. 다만 회사가 약 4년치 일감을 보유한 만큼 이번 판결이 회사 실적에 당장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 대법원, 코오롱글로벌 제기 영업정지취소소송 기각…사실상 '패소'
5일 대법원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이달 2일부터 오는 11월 1일까지 3개월간 토목건축사업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코오롱글로벌이 제기한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 3심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심리불속행 기각'을 내려서다. 이 판결은 지난 2일 확정됐다. 사건번호는 대법원 2021두39836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8.04 sungsoo@newspim.com |
심리불속행 제도는 민사·가사·행정 사건에서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헌법이나 법률, 대법원 판례 위반이나 중대한 법령 위반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를 말한다.
영업정지란 영업자가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6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서 그 기간동안 영업을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놓고 경기도청과 3년째 소송전을 벌여왔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018년 7월 코오롱글로벌에 9월 1일~11월 30일까지 3개월간 토목건축사업 관련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회사가 2015년 9월 비주간사로 참여한 금강광역상수도 노후관 갱생공사 충남 논산~전북 군산 구간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사 현장에서는 50대 노동자 등 2명이 상하수관 내부에 고인 물을 빼는 작업을 하다가 발전기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 공사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것으로 1327억원 규모다. 당시 쌍용건설 컨소시엄이 맡았으며 코오롱글로벌 지분은 29.4%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16년 5월 코오롱글로벌 등 공동수급체와 주관사 쌍용건설을 관할하는 시·도지사에 해당 업체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요청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다.
이에 경기도는 2018년 7월 코오롱글로벌에 토목건축공사업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코오롱글로벌은 이 처분에 반발하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본안소송(행정처분 취소소송)으로 대응했다.
◆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업계 '초긴장'…2023년까지 실적 '둔화'
판결은 1·2심에서 계속 뒤집혔다. 지난 2018년 8월 시작된 1심 재판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이 작년 5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코오롱글로벌에 사고의 책임은 있지만 영업정지 처분 범위가 과도했다는 판결이다. 영업정지 처분이 '토목건축공사업' 전부에 대해서가 아니라 '토목공사업'에 한정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스핌DB] 2020.10.06 rai@newspim.com |
앞서 서울행정법원도 쌍용건설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쌍용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처분 자체는 정당하지만 영업정지 대상 범위를 과도하게 해석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경기도가 제기한 항소에서는 결과가 뒤바뀌었다. 지난 5월 회사가 패소했다는 판결이 나온 것. 이에 코오롱글로벌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해서 3심에 대응했지만, 최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번 판결은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현장에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대표이사(CEO)와 같은 경영책임자가 나서서 사업 현장의 안전성을 강화하라는 취지다. 건설사들은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하고 안전관리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바짝 긴장해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영업정지 금액이 1조9549억원이라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작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3조9282억원)의 절반 가까이(49.77%) 되는 액수다.
실제로 회사 전체 매출에서는 토목건축사업의 비중이 높다. 작년 말 기준 코오롱글로벌의 전체 매출(3조9282억원)에서 건설·주택·토목 분야(2조659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52.6%에 이른다.
철강재·화학재·산업소재 등 상품 매출(3708억원·9.4%), 수입 자동차 판매(1조4436억원·36.7%), 스포츠센터 운영(325억원·0.8%), 휴게소 운영 사업(152억원·0.4%) 등 다른 사업부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도 건설·주택·토목 매출은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회사 실적이 오는 2023년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판결은 회사 측에 다소 부담이 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는 4조7463억원으로 전년대비 20.8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내년 매출 예상치는 5조1407억원으로 전년대비 8.31% 증가에 그친다. 오는 2023년에는 매출 예상치가 5조1807억원으로 증가율이 0.78%로 크게 떨어진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8.04 sungsoo@newspim.com |
영업이익 증가율도 점차 낮아진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1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98% 늘어나겠지만 내년(2369억원)에는 11.98%로, 오는 2023년(2493억원)에는 5.26%로 증가폭이 완만해진다.
다만 이번 판결이 회사 실적에 당장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설 매출은 수주시점이 아니라 착공시점 기준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3개월간 토목건축사업을 수주하지 못해도 기존에 수주한 사업들은 착공할 수 있어서 실적에 큰 악영향이 없다는 의견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영업정지를 받으면 3개월간 새로운 사업에 입찰하지 못하지만 기존에 수행하던 공사는 그대로 할 수 있다"며 "매출이나 실적이 당장 크게 깎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코오롱글로벌은 현재 풍부한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어 3개월 영업정지에 대한 완충효과를 누릴 수 있다. 회사 IR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누적 수주잔고는 9조5321억원으로 작년 한 해 건축사업(주택·건축) 매출(2조2594억원)의 4.2배에 이른다. 4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에는 신규 영업을 못 하기 때문에 수주활동이 제한되지만 기존에 수주한 공사는 여전히 진행할 수 있다"며 "영업정지 기간이 끝난 후 새 사업을 수주하면 충분히 회복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오롱글로벌은 이달 5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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