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국내 완성차 업계 여름휴가 전인 지난달 임금단체협상을 마치지 못한 기아, 한국지엠(GM),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이번주 재협상에 나설지, 파업을 결정할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는가 하면, 한국지엠은 수조원대 적자에 허덕여 더 이상 꺼낼 수 있는 카드도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 기아 노조, 10일 파업 찬반투표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오는 10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전년 영업이익의 30% ▲정년 65세 연장 등 요구와 함께 최근 "사측의 불성실 교섭에 강력한 투쟁으로 답할 것"이라며 파업 긴장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당초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임단협을 무분규 타결하면서 기아 노사도 현대차 타결 조건 수준에서 임단협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기아 노조가 찬반투표 일정을 잡자, 파업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시각이 더욱 무거워졌다. 기아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도 부분 파업에 나서며 4만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기아 노조가 제시한 정년 연장의 경우 현대차 노조도 올해 임단협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사측은 경영권 침해 요구로 판단해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현대차는 ▲기본급 월 7만5000원 ▲성과금 200%에 350만원 추가 지급 ▲품질 향상 격려금 230만원 ▲무상주식 5주 ▲복지 20만 포인트(20만원 상당)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을 노조에 제안하면서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다.
경영 상황이 안 좋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노사 양측이 임단협을 질질 끌고 있다. 사측과 노조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여서 파업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양사의 노사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탓에 낙관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지엠은 지난해에도 부분 파업을 강행한 바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사진=한국지엠] |
◆ 한국지엠 적자 5조인데, 노조는 합의안 '부결'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찬반투표에서 부결했다. 노조는 기본급 월 9만9000원과 성과급 등 1000만원 수준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기본급 월 3만원과 격려금 450만원을 제시했다. 한국지엠 경영상의 어려움을 노조가 일부 수용해 잠정합의안까지 합의했지만 조합원의 찬성 48%·반대 51%로 부결됐다.
일단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한국지엠 노조는 10일 확대간부합동회의를 열어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회의 결과에 따라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재교섭 등 향후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다만, 잠정합의안 찬성과 반대표 차이가 비교적 적은 만큼, 재투표 시 가결 가능성도 있다.
한국지엠은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반도체 수급난을 겪기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 생산 손실을 빚게돼 내수와 수출 모두 주저앉았다.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한 15만4783대에 그쳤다. 내수에서 19.3% 줄어 3만3160대에 머물렀고, 수출도 2.7% 감소했다.
게다가 올들어 신차마저 없는 탓에 내수 시장에서 한국지엠은 수입차 업체한테 추월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상반기 메르세데스-벤츠는 4만2170대, BMW는 3만6261대를 판매하며 현대차와 기아에 이어 각각 내수 3위와 4위로 떠올랐다. 한국지엠은 이미 지난해 적자 3169억원을 포함해 누적 손실 규모가 5조원대에 달해 대조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사는 기본급 인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월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등을 요구하지만, 사측은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200만원과 격려금 등 총 800만원을 제시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오랜 교섭 시간 때문에) 시간상 노사 교섭을 정회하게 됐고, 여름휴가를 마치는대로 속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강경하다. 노조는 "사측은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더 이상의 노사 대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전향적인 추가적인 제시안을 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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