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비닐과 같은 투명 필름을 잡아당겨 늘리면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원천 소재를 개발했다. 향후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 창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광(光)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고분자 투명필름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기술은 지난달 말 영국왕립화학회 (RSC)가 발행하는 학술지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영국왕립화학회(RSC)가 발행한 학술지 표지 논문에 게재된 구상도 [자료=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21.08.11 biggerthanseoul@newspim.com |
기존 스마트 창은 유리나 투명한 필름 내 광 투과도를 조절하는 물질을 사용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에도 빛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서 필름 또는 광량 조절 층에 액정(Liquid crystal), 기능성 나노입자 등을 분산시켜야 한다.
ETRI 연구팀은 이번에 광량 조절물질이나 입자 등을 넣지 않고 팽창·수축이 가능하면서 빛의 투과율을 최대 100%까지 차단할 수 있는 필름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순수 고분자 투명필름은 고분자 용액을 빛으로 굳히는 광경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고분자 용액에 포함된 고분자와 용매는 빛을 통해 화학적으로 결합된다.
빛을 통해 반응하는 고분자 물질과 용매 간 관계성을 규명, 고분자를 나노입자 크기로 만들어 자연 분산시키는 최적의 함량비율도 함께 도출됐다. 필름에서 발생하는 투명도 변화는 이 비율 덕분이다. 이로써 인공적인 광량 조절 없이도 빛의 차단이 가능한 고분자 용액 개발에 성공해 본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고분자 필름을 잡아당길 때 생기는 고분자 사이의 공간과 관련, 연구팀은 기공에 따른 빛의 굴절률 변화가 이번 성과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통과하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서 투명필름이 불투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고분자 필름은 신축성이 좋아 상하좌우로 늘렸을 때 바로 복원된다. 이와 달리 기존 순수 고분자 필름은 기공이 생기면 탄력적 복원이 어렵다.
신형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장은 "이번 성과는 필름 제조가 쉽고, 필름을 잡아당기는 정도에 따라 쉽게 제어가 가능하다"며 "향후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되면 구역별 촉감을 다르게 해 시·촉각 정보를 통한 정보 전달 소재로 활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TRI 관계자는 "이번 기술은 고분자 필름 소재 업체, 디스플레이 업체 등에 기술이전할 예정"이라며 "이 기술과 관련,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5개국에 특허 출원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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