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와 반도체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의 TSMC가 '큰손' 인텔, 애플과의 밀월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TSMC는 내년 7월 삼성을 제치고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계획이다. 인텔과 애플은 각각 TSMC의 3나노 반도체를 내년 출시 예정인 제품에 적용하기로 했다. 인텔과 애플이 삼성 보다 앞선 TSMC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초미세 공정 개발만큼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 첨단 반도체를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조속히 삼성에 묶여 있는 족쇄를 풀어 글로벌 고객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TSMC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1일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인텔의 주문을 받아 3나노 공정이 적용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준비 중이다.
내년 양산 예정으로 당초 예상보다 1년 앞당겨진 일정이다. TSMC가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면 삼성을 제치고 세계 최초가 될 전망이다.
TSMC는 이를 위해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 중이다. 최근 대만 타이난시에 있는 공장(팹18)에 3나노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설비 증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TSMC의 3나노 반도체를 내년 신제품에 적용할 방침이다. 대만의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과 맥 제품에 TSMC의 3나노 반도체를 적용할 예정이다.
애플과 TSMC와의 밀월 관계는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 애플과 TSMC는 앞서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독점 생산 계약에 이어 자율주행차 '애플카'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칩도 공동 개발키로 한 바 있다.
인텔과 애플이 차세대 공정인 3나노 반도체를 TSMC의 제품으로 낙점하면서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공정에서 말하는 '나노미터'는 반도체 안 전기 회로의 선폭을 의미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전기 회로가 미세해진다. 선폭이 줄어들면 더 많은 전기 회로를 집어넣을 수 있어 반도체 성능은 올라간다. 또 칩 크기가 작아지면서 웨이퍼 당 생산량이 증가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초미세공정 경쟁에 나서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월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
초미세공정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5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삼성은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적용한 1세대 3나노 반도체를 내년, 2세대 반도체를 오는 2023년 양산할 계획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TSMC 보다 양산 시기가 1년 이상 늦다.
업계에선 인텔도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며 TSMC와의 밀월 관계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텔은 오는 2025년까지 삼성, TSMC 보다 우선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해 '세계 1위' 탈환을 노린다.
다만 당분간 TSMC와 삼성에 반도체 공급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TSMC와의 깊어지는 밀월관계는 삼성 입장에서 불편한 상황이다. 대만연합보는 "인텔의 TSMC 3나노 반도체 도입은 인텔이 3나노 공정 기술에서 TSMC가 삼성보다 앞선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산업이 '수주 산업'인 만큼 삼성도 고객 확보가 절실한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구금상태에서 풀려난다. 풀려나더라도 취업제한과 해외 출장시 법무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경영 활동에 큰 제약이 따른다.
재계 관계자는 "TSMC와 인텔이 반도체 시장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합과 동시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삼성도 더 이상 M&A나 현지 투자, 인재 확보가 늦어지면 기간산업인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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