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경찰이 스스로 손님으로 가장한 뒤 게임점수를 직접 적립·환전하는 방식으로 함정수사를 벌여 게임 도박 현장을 적발했더라도 사행 행위를 유도한 것이 아닌 이미 자행되고 있던 범행을 적발한 것이라면 위법 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사행 행위 조장으로 인한 게임산업법 위반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이 씨의 공소사실 중 게임 결과물 환전으로 인한 게임산업법 위반 부분에 대해선 "함정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유지했다.
다만 사행 행위 조장으로 인한 게임산업법 위반의 점은 경찰의 함정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법원은 "경찰은 손님으로 가장해 잠입수사를 하던 중 회원카드에 적립한 게임점수를 다른 손님으로부터 매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행 행위 정황을 포착한 후 이를 적발하는 과정에서 회원카드를 발급받아 적립했을 뿐 피고인 등에게 회원카드 발급 및 게임점수 적립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다른 손님들과의 점수 거래를 시도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함정수사가 이뤄진 2016년 9월에도 피고인에게 게임점수의 환전을 요구했을 뿐 회원카드 발급 및 게임점수 적립 등을 통한 사행 행위 조장을 요구하거나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관계에 비춰 이 부분 범행은 수사기관이 계략 등을 써서 피고인의 범의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이뤄지고 있던 범행을 적발한 것에 불과하다"며 "함정수사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씨는 인천시 소재 A 게임랜드를 운영하던 지난 2016년 9월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관 박모 씨로부터 적립한 게임점수를 바꿔 달라는 요구를 받고 10만점을 8만원으로 환전해준 혐의를 받는다.
또 2015년 10월~2016년 9월 손님끼리 게임점수를 매매한 경우 컴퓨터 회원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자의 게임점수를 적립·차감하게 하는 방법으로 교환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도박 등 사행 행위를 하도록 하거나 방치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이 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1억57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검사의 공소제기가 절차 규정을 위반한 무효라고 판단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공소기각은 형식적 소송 조건에 흠결이 있어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절차다.
2심 재판부는 "박 씨의 지속적인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게임점수를 현금으로 환전한 것은 본래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계략으로 범의를 유발하게 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전체가 위법한 함정수사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고 봐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이 가운데 사행 행위 조장 혐의 부분은 경찰의 함정수사가 미친 영향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인천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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