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옥죄기에 나서면서 은행권의 대출 중단 및 축소가 잇따르고 있다. 단계적으로 확대 중인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가을철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들이나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서민들이 느끼는 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20~30세대 등 젊은층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에서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 목적과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 등을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최근 시중은행에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 수가 급증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규제로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중단까지 현실화되자 미리 대출을 받아놓자는 가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대출 규제가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자금을 확보하자는 심리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 17~19일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은 5244건이었다. 지난달 같은 기간(7월 13~15일)과 비교해 41.3%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금액 내에서 자금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인출해 쓸 수 있는 대출상품이다.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기보다 미래에 대비하는 용도가 상당수다.
새로운 대출규제 방식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됐음에도,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크게 줄이고 있다. DSR은 개인이 상환해야 하는 연간 대출의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산정한 것으로 신용대출과 자동차할부금, 카드론 등 모든 종류의 부채를 포함한다. 기존의 총부채상환비율(DTI) 보다 대출요건이 까다로워 진다. 시중은행의 대출 창고의 모습. /이형석 기자 leehs@ |
금융권에선 신용대출 규제에 앞서 대출 막차를 차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신용대출 상품 한도 조정 계획서를 제출하고 조만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NH농협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자 언제 대출이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실제로 대출 중단이 알려진 지난 20일 한 은행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건수는 일주일 전보다 57.7%, 약정액수는 75.7%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처럼 대출이 중단되는지 확인하는 문의가 있었다"며 "신용대출 규제에 앞서 미리 마통을 열어두려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한 대출을 받아 놓자는 가수요에 대출 상환을 미루려는 심리도 더해지고 있다. 한 은행 여신 담당자는 "매년 상환되는 대출 물량이 있는데 최근에는 상환 비중이 축소됐다"며 "금리가 낮고 언제 대출이 막힐지 모르니 대출을 안고가려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더 강한 대출 규제를 예고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취임 이후 DSR 규제 조기 확대, 신용대출 제한 등 가계대출 추가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오히려 대출 심리를 자극하면서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이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지금까지 DSR 강화 등 전 금융기관에 공통 조치는 있었어도 개별 금융사에 구두경고로 강력한 조치를 한 사례는 없었다"며 "이렇게 강하면 밀어붙이면 금리가 높은 은행이나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려 부채의 질만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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