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가 예고됐던 25일 국회 본회의가 전격 연기된 가운데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 현업 단체들은 물론이고 범국민 공동투쟁위원회 등이 국회 앞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 언론 현업단체들 본회의 앞두고 극한 대치…"해외 언론도 반대"
민주당은 25일 새벽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모두 퇴장한 뒤 처리하면서 비판에 직면했으나 여당은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의 일부 요건을 삭제하며 한 발 물러섰다는 입장이다. 이후 이날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상됐으나 해당 일정이 연기되면서 언론중재법 강행도 일단 불발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개정안 처리를 마친 뒤 이동하는 앞으로 퇴장해 텅 비어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보이고 있다. 2021.08.25 leehs@newspim.com |
특히 이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서는 정의당과 현업 언론 4단체(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와 '언론독재법 철폐투쟁을 위한 범국민 공동투쟁위원회' 등 언론 관련 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이틀째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팽팽히 대치했다.
필리버스터에 앞서 언론노조 등 현업 언론단체들은 정의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또 한 차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언론중재법 독주' 민주당은 멈추라"면서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중단과 함께 엉터리 법안 강행으로 뒤죽박죽이 된 언론개혁의 우선 순위를 바로 잡고 진정한 미디어 이용자 피해 구제 강화와 언론자유 보호를 위한 사회적 합의 절차를 즉시 시작할 것을 민주당에 거듭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들은 "지난 1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강행처리 후 시민사회 곳곳에서 정지 신호를 보냈다"면서 "자유언론실천재단, 민변, 경실련, 한국법학교수회뿐 아니라 서울외신기자클럽, 국제언론인협회, 세계신문협회 등 해외 언론단체들마저 개정안 수정과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 현장에 참석,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8.25 kilroy023@newspim.com |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역시 이날 새벽 한국기자협회에 긴급 성명을 보내 한국에서 입법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한다"면서 "개정된 언론중재법에 의하면 고의, 악의, 허위·조작 보도의 경우 언론사에 손해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허위 정보에 대한 상세한 정의가 포함돼 있지 않고 허위·조작 여부와 가해자의 고의·악의를 판단할 만한 시스템에 대한 해석이 없다"고 지적했다.
RSF(사무총장 크리스토프 들루아르)는 언론자유를 감시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로 1985년 프랑스에서 결성됐고 본부는 파리에 두고 있다. 세계 12개 도시에 사무소가 있으며 2002년부터 매년 180개국의 언론자유지수의 국가별 순위를 발표한다. 한국기자협회는 2017년 7월 국경없는기자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 민언련·민변 등 각계에서도…'언론중재법' 수정 요구 여전
특히 언론중재법의 취지 등 큰 줄기에서 찬성 입장을 보였던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의 단체들도 '시민 입증책임 완화' 등과 관련해 수정을 요구하며 이번 처리 강행에 유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19일 문체위에서 해당 법안이 처리된 후 '시민 입증책임 완화 없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매우 유감이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민언련은 "여당이 문체위에서 처리한 개정안은 언론보도로 인한 시민피해 구제를 강화하겠다는 법안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결국 실질적 구제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빠졌다"면서 "물론 7월 27일 문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수정안(대안)에 대한 시민사회·학계·언론계 지적 중 일부가 반영된 것은 다행이지만, 시민피해 구제를 높이기 위한 핵심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채 배액배상제 도입에 그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입증책임 전환 또는 입증책임 완화는 배액배상제가 도입된 우리나라 여러 법률에 이미 담긴 내용"이라며 어떤 보도가 허위조작보도라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하게 된다면 행위자인 언론사는 고의 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입증책임을 배분하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이 방안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의 역할을 위축 시킬 우려가 있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도 삭제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최연숙 사무총장이 25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앞에서 이날 새벽 여당 단독으로 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 강행처리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021.08.25 kilroy023@newspim.com |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여당 인사들이 몸 담았던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도 지난 23일 "민주당은 언론개혁을 위한 국민의 공감대 확보를 위해 숨을 고르고, 야당과 언론 단체들은 언론개혁 대의에 합류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언론중재법 취지와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여당의 유례 없는 입법 속도전으로 언론피해 구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번 법안의 취지가 오해받고 퇴색될 것을 우려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법안의 세부 내용 중 징벌적 손해배상에 있어 고의, 중과실 사유를 예시 또는 열거하여 추정하는 형태는 이미 제도가 도입된 다른 법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인 점,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보도를 면책하는 언론의 자유 보장 방안(현행 제5조 제2항 제2호)과의 조화가 어긋나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민변은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이번 법안의 세부사항을 수정 보완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안 의결을 도모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하는 동시에, "야당과 언론 단체들도 언론피해 구제 강화라는 이번 법안의 기본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막연히 민주당의 개정 법안을 비판만 하기 보다는, 사회적 논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입법 대안과 논의 및 의결 일정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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