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사립학교 교원 신규 채용 시 필기시험을 의무적으로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과 사학들의 반발이 거세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재석 212명 중 찬성 138표, 반대 73표로 가결됐다.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면서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제출한 수정안은 재석 206명 중 찬성 67표, 반대 139표로 부결됐다.
여당과 정부는 이번 법개정으로 초·중등 사립학교 교원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사립학교 법인과 야당은 필기시험 위탁 시행 이외에도 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 사립학교법은 교원 필기시험 시도교육감 위탁 의무 실시, 사립학교 경영자·교직원 등의 청렴의무 규정,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기구화, 사립학교 사무직원에 대한 관할청의 징계 요구권 등이 새로 도입됐거나 바뀌었다. 일반적으로 사학의 경영투명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전경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wideopen@newspim.com |
우선 초·중등교육법 제19조가 바뀌면서 앞으로 사립학교는 교원 신규 채용 시 필기시험을 포함하고, 필기시험은 시도교육감에 위탁해야 한다. 다만 시도교육감의 승인을 받으면 필기시험을 포함하지 않거나 위탁하지 않을 수 있게 했다.
해당 조항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이후 실시되는 공개전형부터 적용되며,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등과 협의를 거쳐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 개정 조항은 객관적 평가인 '필기시험'으로 위탁을 한정하고 있어,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사립학교 측이 수업실연, 면접 등을 거쳐 적격자를 최종 선발할 수 있다고 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위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정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전북교육청은 "법인 간 공동전형을 계획·주관하고, 교육청은 출제위원·감독요원을 추천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 등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학 운영의 자율성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뤘다는 취지다.
하지만 야당과 사립학교 측은 정부가 학교의 자율성마저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위 야당 간사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실 측은 "위탁 선발은 예전부터 있었던 내용이고, 위탁하지 않을 경우 인건비 지원 등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측은 "일부 사학의 채용, 운영 비리는 반드시 엄단해야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모든 사학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사립의 존재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학의 공공성 제고와 함께 자율 운영을 더욱 지원‧육성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 사립학교법은 교원징계위원회 위원 수, 외부 위원 확대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교원징계위원회 구성을 5명 이상 11명 이하로 확대하고, 외부 위원을 최소 2명 이상 포함하도록 했다.
초·중등은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을 최소 1명 이상 둬야 하며, 특정 성이 60% 이상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관할청의 교직원에 대한 징계 요구에 불응할 경우 교육당국이 해당 사학의 임원 승인취소를 할 수 있는 조항도 반영됐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징계심의를 공정하게 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학교의 예산안 및 결산을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학교에 속하는 회계 예산은 해당 학교장이 편성하고, 학교 운영위 심의를 거쳐 이사회 심사로 확정해 학교장이 집행하는 형식이다. 학교에 속하는 회계 결산은 매 회계연도가 끝난 후 학교운영위에 심의를 거쳐야 하는 등 근거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학교법인 임원의 결격 및 선임 제한 기간을 연장하고, 결격사유에 해당할 경우 당연 퇴직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임원과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은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 기금운영심의회 위원 숫자는 기존 7인에서 15인으로 확대하며, 교원·직원 및 재학생 위원은 각각 2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
이경균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사립학교 교원은 일반적으로 평생 한 학교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법개정으로 보인다"며 "사무직 직원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의무 규정만 부과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초학력보장법이 도입되면서 교육부는 5년마다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 학교장은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할 수 있고, 학습지원교육 담당 교원 지정, 보조인력 등을 배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초학력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했다"며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 조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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