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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대리점주 괴롭힘 확인됐지만, 책임은 원청에"…왜?

기사등록 : 2021-09-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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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성준 인턴기자 =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김포장기대리점장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택배노조는 책임을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돌리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2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인이 유서에 남긴대로 일부 조합원이 고인을 괴롭힌 행위가 확인됐다"며 "노조는 사회적 비난을 달게 받을 것이며 당사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태완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대회의실에서 김포대리점 소장의 사망에 대한 노동조합 사실관계 조사보고를 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일부 조합원들의 고인에 대한 괴롭히는 행위가 확인되었고 이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것이며, 고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CJ대한통운 원청의 직⋅간접적인 책임이 확인된 바 응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09.02 pangbin@newspim.com

택배노조는 지난달 30일 극단 선택한 CJ대한통운 김포장기대리점장 이모(40) 씨의 사망 이후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해당 대리점 노조가 설립된 지난 5월 1일 이후 4개월간 단체 SNS 대화방에서 일부 조합원의 괴롭힘을 확인했다.

택배노조는 "조합원 일부가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단체 대화방에 게재했다"며 "다만 폭언·욕설 등의 내용은 없었고 소장에 대한 항의의 글과 비아냥, 조롱 등의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며 사법 판단을 존중하겠다"며 "노조 자체적으로도 징계위를 열어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는 이씨가 죽음에 이른 결정적 책임은 원청인 CJ대한통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숨지기 전 CJ대한통운에 대리점 포기 각서를 냈다고 한다. 이를 두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측은 "노조가 대리점 설립을 위해 분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다 갈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택배노조는 "노조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고인에게 '대리점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원청(지사장)의 요구로 대리점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노조는 그 근거로 김포지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고인이 해당 대리점에서 발 못 붙이게 하려고 떨어뜨려서 새 점주를 뽑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녹취록에서 김포지사장은 직접 고인이 대리점을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며 "녹취록에 따르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은 CJ대한통운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황상 고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한 상황에 있음을 원청이 알면서도 (김포지사장이) 대리점 포기각서를 강제한 상황이 확인됐는데 왜 모든 책임을 노조에만 돌렸을까 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조의 기자회견에 이씨 유가족과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즉각 반발했다. 김종철 대리점연합회장은 "노조원 12명이 매일 (이씨를) 괴롭혔다"면서 "집단 따돌림, 인신공격, 협박, 폭행을 즐겼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노조의 괴롭힘이 힘들어 (대리점장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들도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며 "노조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로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30일 주머니에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를 넣은 채 고층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이씨는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됐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토로했다.

 

park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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