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중개보수 상한요율을 일정선에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하면서 가격대에 따른 중개보수 부담 차이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중개보수 상한요율 감소에 대해 지방의 공인중개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나오자 정부가 이들의 의견을 수용해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지자체가 조정권한을 사용하면 9억원 미만 주택 거래에서 중개보수 부담은 이전과 같거나 늘어나지만 9억원 이상 주택은 조정권한 사용에도 부담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고가주택 비율 차이가 큰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공인중개사 반발 반영된 중개보수 개선안 조정...지자체 협의로 0.1%p 추가 가능
3일 정부에 따르면 지자체에게 중개보수 개선안에서 정해진 상한요율 외에 일정비율을 추가할 수 있는 조정권한을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방안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0일 확정한 부동산 중개보수 개선안을 입법예고하는 과정에서 추가됐다.
현재 중개보수는 광역자치단체들이 시행규칙에서 가격대마다 정해놓은 중개수수료 상한요율 이하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개선안에는 거래금액별 상한요율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하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상한요율에 0.1%p(포인트)를 추가하거나 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방안이 마련된데에는 지방도시의 공인중개사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세종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은 매매가격이 9억원 미만에서 형성되고 있다. 개선안 기준으로 2억~6억원 매매는 0.4%로 유지되지만 6억~9억원 매매는 0.5%에서 0.4%로 상한요율이 떨어진다. 이로인해 지방 공인중개사들은 불만을 제기하면서 지역 사정을 고려해 상한요율을 조정해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개보수 개편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중개사협회 등에서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달라는 의견들이 제기됐었다"며 "개선안 발표 전부터 관련 논의가 진행돼왔고 이번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개선안이 나온 이후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6억~9억원 구간의 상한요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컸다"며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거래량이 줄어들고 집값이 올랐는데 중개요율 인하로 중개사들이 책임을 떠안게 됐다는 불만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 0.1%p 상향시 2억~6억 구간은 상한요율 더 올라... 고가주택 맞춤용 개선에 그치나?
지자체들이 중개보수 상한요율을 올릴 경우 일부 가격대에서 오히려 중개보수 상한요율이 늘어나 중개보수 부담이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매매금액 기준으로 현재 2억~6억원 구간은 상한요율이 0.4%이고 6억~9억원 구간은 0.5%이다. 개정안에서는 2억~9억원까지 0.4%를 상한으로 정했는데 지자체에서 0.1%p를 추가할 경우 0.5%까지 중개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 경우 2억~6억원 구간은 중개수수료 상한이 늘어나게 된다.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상한요율이 0.1%p 추가돼도 현재보다 낮은 상한요율을 적용받게 된다. 현재 9억원 이상 매매의 상한요율은 0.9%인데 개편안에서는 ▲9억~12억원 0.5% ▲12억~15억원 0.6% ▲15억원 이상은 0.7% 이다. 여기에 0.1%p를 추가해도 현재 상한요율인 0.9%보다 낮다.
개선안이 시행되면 수도권과 지방의 상대적인 부담 차이로 인해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의 집값은 크게 오르며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이 절반 가까이 늘어난 반면 지방의 집값은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고가주택에 집중된 중개수수료 완화 혜택을 수도권에서 누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현재 중개보수 체계가 적용된 2014년과 현재의 서울·수도권과 지방권의 집값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7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5610만원이었으나 올해 7월에는 9억4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지방권은 같은 기간 1억5614만원에서 2억1400만원으로 약 6000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중위가격은 중앙가격으로 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중개보수 개선을 두고 갈등의 확대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보다 명확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기준선을 제시하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지자체의 협의로 중개보수가 결정되는데 이로 인해 갈등이 더 심화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중개보수 개선안을 두고 지자체 내에서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갈등도 우려된다"며 "정부가 지자체에 최종 권한을 떠넘기지 말고 중위가격 등을 기준으로 중개보수 요율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