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TSMC가 핵심고객 관리에 나섰다.
TSMC는 최근 최대 20%의 반도체 가격 인상을 예고했으나, 애플에겐 3%의 인상 폭만 제시한 것.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파운드리 업체는 '슈퍼 을'로 불리고 있으나, 결국 '갑'인 핵심 고객 앞에선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8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애플에 반도체 가격을 3%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TSMC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앞서 TSMC는 고객사에게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까지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세부적으로 7나노 이상 공정의 반도체는 20%, 7나노 이하 공정 반도체는 7% 수준의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 인상 폭에 비하면 TSMC가 애플에 제안한 인상폭은 미미한 수준. 업계에선 TSMC가 최대 고객인 애플을 대상으로 '특별 대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해외 매체는 "애플은 TSMC 매출의 25%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며 "애플은 특별 대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어 모든 고객과 동일한 대우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TSMC의 핵심 고객 중 하나인 AMD도 특별 관리 대상이다. TSMC는 AMD에 5%의 인상 폭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AMD는 TSMC의 전체 매출에서 7%, 7나노 공정에서 매출의 22% 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이다.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 TSMC는 '슈퍼 을'의 자리에 올랐다.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에 비해 이를 제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용량이 턱 없이 부족한 탓이다.
TSMC도 전 공정을 '풀 가동'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몰려드는 수요에 반도체 품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TSMC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까지 반도체 가격을 10% 이상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으나 폭발적인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자동차 반도체 수요가 2분기 이후 급증해 올 3분기에도 사상 최고치를 재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파운드리의 특성상 핵심 고객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가격 인상은 힘들다는 분석이다. 무리하게 가격을 인상할 경우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게 고객을 빼앗길 우려가 크다. 또 수주 산업인 파운드리의 경우 핵심 고객과의 밀월 관계가 중요하다. 애플은 최근 차세대 아이폰과 맥에 들어갈 3나노 반도체 생산도 TSMC에게 맡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운드리 용량 부족 사태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으로,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등 타업체들도 가격 인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공급 가격 현실화를 가속화하겠다"라 "가격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올해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 대비 20% 넘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글로벌 3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UMC는 TSMC(1위)와 삼성전자(2위) 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TSMC와 마찬가지로 핵심 고객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 폭을 동일하게 적용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은 항공기와 비슷하다"며 "승객 1명을 태우든, 10명을 태우든 고정비용이 발생해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