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성룡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간보험사가 요청한 의료데이터 제공을 미승인했다. 연구계획이 과학적 연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연구결과 공개 및 검증 절차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를 개최해 5개 민간보험사의 건강보험자료 제공 요청에 대해 심의한 결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위원회는 국민건강정보자료 제공에 대해 심의·의결하기 위해 시민단체, 의료계, 유관공공기관, 변호사 등 공단 내·외부 전문가 14인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로 지난 7월 민간보험사의 자료요청이 접수된 이후 수차례의 논의를 진행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2020.05.06 gyun507@newspim.com |
심의위원들은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에 관한 규정'에 기반해 연구계획서를 검토했으며 심층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으로서 세 가지 원칙에 대해 논의를 집중했다.
해당 원칙은 ▲정보주체, 즉 국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가 ▲과학적 연구 기준에 부합하는가 ▲자료제공 최소화의 원칙에 적합한가 등 3가지다.
민간보험사에서 자료요청한 6건의 연구목적은 계층별 위험률 산출을 통한 보험상품 개발에 있지만 계층 선별의 목적이 정보주체인 국민을 배제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국민을 포괄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입장이 나눠졌다.
민간보험사는 청문을 통해 취약계층, 임산부, 희귀질환자, 고령 유병자 등에 대한 보장확대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라 밝혔으나 전문가 토론에서도 이견은 팽팽하게 대립해 심의위원들 또한 합의된 결론에 도출하지 못했다.
심의위원들은 지난 8년여 동안 연구계획서를 검토하면서 건강보험 자료분석을 위한 과학적 연구의 최소기준을 적용해왔다. 반면 이번 민간보험사에서 요청한 연구계획서는 선행연구 검토나 연구가설이 제시되지 않았고 환자를 주상병만으로 정의했으며 단순 발생률과 유병률 산출만을 기술하고 있었다.
심의위원들은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산출한 값을 객관적인 검증 절차 없이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상품 개발에 곧바로 사용한다면 연구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과학적 연구 기준에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
민간보험사의 정보공개청구 요청건수는 최근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달 기준 140건으로 전체 정보공개청구 건수의 54.5%에 달한다. 해당 요청건수는 지난 2018년 47건(19.4%), 2019년 70건(27.5%) 지난해 127건(46.7%)으로 증가했다.
심의위원회는 요청한 6건의 연구계획을 미승인 한다고 판단하고 공단, 민간보험사, 시민사회에 당부하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민간보험사는 공공데이터를 제공받아 자체적으로 상품개발에 활용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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