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최근 치아보험을 비대면으로 가입하는데 이틀 걸렸어요. 휴대폰으로 설명 듣고, 읽고, 싸인하느라. 금소법은 소비자를 위한다는 법인것 같은데, 더 불편해진 것 같네요."
"요즘 시중은행 창구에서 펀드가입하는데 최소 30분 이상은 걸린다고 합니다. 예전보다 펀드가입 자체도 줄었고, DLF 같은 파생상품은 가입하는데 더 복잡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겁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25일부로 전면 시행됐다. 유예기간 동안 금융당국과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사들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비했지만 현장 적용이 지연되면서 당분간 상품 가입시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보험사 등 현장에선 금융상품 가입 관련 혼선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소법 시행 초기보단 안착됐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간단한 펀드 가입에도 최소 30분 이상 걸린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2021.09.24 tack@newspim.com |
투자자 성향평가를 받아 투자 성향과 자산 상황 등을 확인해야 하고, 상품설명과 주의 사항 등을 세세하게 안내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복잡한 파생상품 같은 경우 아예 판매가 중단됐다. 관련 상품 판매량은 20% 정도 줄었고, 고객 민원도 급증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법은 DLF와 라임 사태 등 불완전 판매로 인한 대규모 금융 사태를 겪으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직 정착이 제대로 안돼 금융사들과 소비자들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한 것이다.
위반 시 판매자에겐 최대 1억원의 과태료, 금융사에는 해당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금융사들과 판매 직원들이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판매에 매우 조심하는 상황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회사는 이미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놓은 상태인데, 판매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최근 금소법 적용을 악용하는 블랙 컨슈머 얘기가 나오는 등 조심스런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금융사 및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설명의무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핵심설명서를 공개해 설명 시간을 줄이고,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 소비자 불편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당국은 투자성 상품 설명서에 관한 공동안 또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까지 배포가 지연되면서 금융사들이 뒤늦게 투자상품 핵심설명서를 제작하느라 분주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행 초기 현장에서 특히 어려움이 있었던 부분은 계도기간 동안 마련된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대체로 해소되었다고 판단된다"며 "금융회사의 금소법 이행상황 자체점검 및 자율시정을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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