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박성준 인턴기자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모씨가 27일 경찰에 출석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도착했다. 짙은 남색 정장에 안경을 착용한 김씨는 "이런 자리에 서게 돼 매우 송구스럽다"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장기 대여금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빌린 이유에 대해 "불법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현재 가진 돈은 없고 사업을 하면서 빌려온 많은 돈에 대해 운영비로 썼고 다 계좌에 나와있다"며 "(빌린 돈은) 9월부터 상환하기로 했다.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로비를 통해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여러분이 염려하는 바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금 인출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1.09.27 leehs@newspim.com |
김씨는 특히 국민의힘을 자진탈당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5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여러가지 억측이 있는데 기본 퇴직금이 5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회사가 계속 성과가 있으니 각 분야에서 성과있는 분들에 대해 이사회나 임원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했다.
다만 퇴직금 50억원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개인 프라이버시 관련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면서 "산재를 입었는데, 그 분이 답하지 않는한 제가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초호화 법률 구성단을 꾸렸다는 의혹에 대해 "대가성은 없었고, 그냥 좋아하는 형님들"이라며 "(제게)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조언해주시는 멘토 같은 분들이라 모셨는데 뜻하지 않게 구설에 휘말리게 돼 그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화천대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씨는 장기 대여금 목적으로 화천대유에서 473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2019년 화천대유에서 26억8000만원을 빌렸다가 갚았고, 지난해까지는 다른 경영진과 함께 12억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김씨와 이 대표 등의 금융거래에 정상적이지 않는 흐름이 있다고 보고 지난 4월 경찰에 통보했다. 사건을 배당 받은 용산경찰서는 내사에 나선지 5개월에 다 되어서야 사건을 경제팀에서 지능팀으로 재배당하고, 최근 이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횡령이나 배임 소지가 없는지 조사했다.
화천대유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업체로 김씨가 언론사 은퇴 후 자본금을 들여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컨소시엄으로 선정된 성남의 뜰과 함께 사업에 뛰어들어 출자금의 1154배에 이르는 배당금을 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시민단체 활빈당의 대표 홍정식씨가 27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모씨를 향해 고성을 지르고 있다. 2021.09.27 filter@newspim.com |
이 과정에서 거물급 인사들이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아 대장동 의혹은 정치권과 법조계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를 맡았던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이 이름을 올렸고, 이 지사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합의 과정에서 무죄 취지 의견을 낸 권순일 전 대법관도 고문으로 활동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2016년 화천대유의 상임고문을 맡아 월 수백만원의 수익를 챙겼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역시 로펌을 통해 화천대유의 법률자문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인 중에서는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곽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 핵심부서인 도시개발실에서 10년간 근무한 후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자초했다.
한편 이날 용산경찰서에는 화천대유 특혜 의혹을 비판하는 한 시민단체 대표가 난동 부려 경찰이 제지에 나섰다. 홍정식 활빈당 대표는 '대장동 개발 화천대유 일확천금 비리복마전 의혹, 죄다 밝혀라'이라고 현수막을 들고 김씨를 향하 고성을 질렀다.
홍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기자 출신이라는 사람이 후배 기자들 보기에 창피하지 않느냐며 "일개 회사가 수천억원의 이익을 본 대장동 개발산업 의혹을 하루 빨리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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