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성룡 기자 = 최근 정부의 약가인하 처분에 대한 제약사들의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재정 손실이 약 4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약사측의 불법행위 혹은 약제의 효용성 등을 다투는 본안 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하는 경우에도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 약값을 내리는 시점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28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복지부가 제약사들과 진행한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은 총 58건이다.
복지부-제약사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소송 현황 [자료=김원이 의원실] 2021.09.28 dragon@newspim.com |
복제약(제네릭)이 등장하면서 오리지널약 가격을 내리는 경우 등이 27건, 약제평가를 통해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조정하는 사례 등이 9건, 리베이트로 적발돼 약값을 내리게 한 경우가 22건을 차지했다.
문제는 복지부가 다양한 사유로 약가를 인하시킬 경우, 제약사가 약가인하를 정지시켜 달라고 행정소송을 하면 100% 가까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이후 행정소송 39건 중 38건의 집행정지가 인용됐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본안소송 판결 시까지 약값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오리지널 및 보험약제 관련 복지부측의 본안소송 승소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2017년 이후 진행된 소송 29건 중 1심 이상 판결이 난 사례는 12건이다. 이중 7건 최종승소, 5건은 1·2심승소로 집계됐다. 현재 복지부가 패소한 사례는 아직 없다.
김 의원은 행정소송 기간 중에는 약가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막대한 건강보험 손실이 지속된다고 지적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집행정지가 인용된 소송 31건에 대해 약가인하 시점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재정손실은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은 "약가조정 사유가 명백한데도 약값 현상유지를 위한 행정소송이 남발된다는 지적이 많다"며 "본안 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한 경우 정부측이 손실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반대로 본안 소송에서 제약사가 승소한 경우 손실액을 국가가 지급하는 합리적인 법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사진=보건복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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