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에 유력 정치인·법조인의 자녀들이 직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를 풍자한 패러디물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가장 널리 퍼지고 있는 건 넥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 포스터를 패러디한 '오십억게임'이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대리로 6년간 일한 뒤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수령한 사실을 빗댄 것이다. 누리꾼들은 포스터 속 '오징어게임'이라는 글자를 '오십억게임'으로 바꾸고 하단에는 곽 의원과 아들 곽씨의 사진을 붙여넣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넥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패러디 '오십억게임'. 2021.09.30 filter@newspim.com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곽 의원 부자를 비방하는 노래와 시조도 등장했다.
30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네티즌 등에 따르면 가수 백자는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50억 퇴직금쏭', '아빠와 화천대유' 라는 노래를 올렸다. 가사는 '31살에 퇴직금 50억원 정도는 다들 받으시고 있으시죠', '어제 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화천대유 입사증을 사가지고 오셨어요' 는 내용이다. 아버지의 소개로 화천대유에 입사했다는 곽씨의 해명을 직격했다.
'화천대유 하세요'를 패러디한 '곽천대유 하세요'라는 인삿말 역시 눈길을 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올해 모두 곽천대유 하세요', '화이팅하시고 곽상도 하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곽천대유(槨舛大類) 곽병채 퇴직금 부자, 곽천동인(槨禍疼刃) 곽상도 여의도 부자'라는 패러디 시조도 게시됐다.
이 밖에 곽 의원이 탈당한 국민의힘 로고를 패러디한 '아빠의 힘', 배구선수 김연경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미지)을 활용한 패러디물도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쏟아지는 패러디물에 폭발하는 분노와 허탈감
화천대유 논란에 분노한 패러디물이 연일 나오고 있지만 분노 섞인 허탈감과 좌절감 역시 이어진다. 특히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곽 의원의 아들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각각 퇴직금 50억원과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2030대 사이에선 아빠 찬스로 받은 특혜라며 박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세영(32)씨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가 세게 왔다"며 "아무리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도 퇴직금 1억도 받을까 말까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50억을 받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세후가 50억 원이면 세전은 대체 얼마나 되냐"고 물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가수 백자가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을 풍자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1.09.30 filter@newspim.com [사진=가수 백자 유튜브 채널 캡처] |
직장인 전태석(36)씨는 "근로계약서에 적힌 시간보다 더 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다가 목 디스크에 걸렸는데 산재위로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명과 어지럼증으로 50억을 받은 곽 의원 아들도 대단한 사람이고, 그런 사람에게 50억을 준 화천대유는 말 그대로 신의 직장"이라고 비난했다.
40대 자영업자인 김성규(42)씨는 '딸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누구나 청약할 수 있는 잔여 세대'라는 박 전 특검의 해명에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고 분노했다. 김씨는 "무주택자들 청약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돈 있는 사람들, 부모 잘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아파트 줍줍"이라며 "뭐하러 매달 청약통장에 돈을 붓고 있는지 내가 너무 한심하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들의 분노도 뜨겁다.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청년행동) 회원들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류기환 청년행동 공동대표는 "지금 이순간에도 청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밤을 새가며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일을 하는데 이것이 오징어게임 말들의 삶이자 청년들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곽 의원의 아들은 지난 26일 퇴직금 논란을 해명하며 자신을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게임 속 말'에 빗대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 박 전 특검 역시 최근 입장문을 내고 딸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대해 "회사로부터 법규에 따른 분양가격으로 정상 분양받았을 뿐이고 가격을 내리는 등의 특혜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2016년 화천대유에 입사해 최근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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