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법인들이 모두 한 건물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천화동인 4호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관계사로, 남 변호사는 핵심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건물은 당초 2층 다세대 주택이었으나 최근 5층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며 새로 건축됐다. 건물 소유 법인 역시 남 변호사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들이 페이퍼컴퍼니를 다수 세우고, 추후 건물을 이용해 매각 차익을 남기려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 청담동 건물에 관련된 법인만 6곳…대부분 페이퍼컴퍼니 추정
1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사이트를 통해 확보한 등기부등본을 파악한 결과 천화동인 4호에서 이름을 바꾼 'NSJ홀딩스'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건물 지하 1층 101호에 위치해 있다. 같은 공간을 '케이제이인베스트먼트'라는 법인이 공유하고 있다. 케이제이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 김모 씨는 지난해 8월까지 NSJ홀딩스의 대표이사였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아이디에셋 소유의 건물. 오른편에는 인테리어 공사를 위한 인부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1.10.01 heyjin6700@newspim.com |
이 건물 5층 501호에는 마찬가지로 남 변호사가 대표인 'NSJ에셋'이 입주한 것으로 나온다. '아이오플렉스'라는 법인 주소지도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등록돼있다. 아이오플렉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차린 부동산 개발업체 '유원홀딩스'와 동일한 전화번호를 공유해 같은 법인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계획을 설계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특히 해당 건물을 소유한 법인 '아이디에셋'도 남 변호사와 관계된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디에셋의 주소지가 남 변호사가 대표이사로 있는 'NSJPM'의 서울 구로구의 한 사무실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디에셋 대표인 유모 씨는 NSJ홀딩스의 전 사내이사인 이모 씨와 제주도의 한 아파트를 공동소유하고 있다.
아이디에셋의 전 공동대표 정모 씨는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부동산 개발업체 '씨세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씨세븐이 정씨가 소유하고 있던 대장동 토지를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남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배당금을 가져가기 위해 다수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개 법인 대부분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남 변호사가 소유주인 천화동인 4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8721만원을 투자해 배당금 1007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달 30일 본지가 방문한 청담동 건물은 아직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지 않아 아직 입주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공사 인부는 "현재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서 각각 다른 업체가 인테리어 공사 중이고 나머지 층은 아직 공사를 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건물에 최소 4개 법인이 등록된 셈이다.
청담동 건물 소유 법인인 아이디에셋과 NSJPM의 구로동 사무실 역시 실체가 불분명했다. 현장에 방문한 결과 해당 주소지에는 명패도 붙어있지 않았으며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유리문을 통해 보이는 내부에는 책상 두 개와 책자, 서류, 종이컵 등이 있었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지난달 30일 방문한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아이디에셋 사무실. 아이디에셋은 NSJPM과 해당 사무실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온다. 2021.10.01 heyjin6700@newspim.com |
◆ 개발사업으로 2배 차익…수익실현 못 하니 추가 대출?
청담동 건물은 남 변호사가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함께 부동산개발을 통한 시세 차익을 올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청담동 건물은 지난해 6월 29일 강남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사용승인을 받은 것은 올해 8월 19일이다.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 등기를 접수한 것은 9월 9일이다.
당초 해당 부지에는 1989년 지어진 2층짜리 다세대 주택이 있었다. 아이디에셋은 지난해 3월부터 해당 주택의 지분을 5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거래 금액은 각각 8억8000만원, 7억9000만원, 12억5000만원, 13억2000만원, 12억원으로 총 54억4000만원이다.
아이디에셋은 지분을 사들인 시점인 지난해 7월 10일 제2금융권인 관악농업협동조합으로부터 PF(Project Financing)대출 명목으로 48억원을 대출했다. PF대출은 특정 프로젝트의 사업성(수익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얻어지는 수익으로 자금을 되돌려 받는 방식이다. 주로 부동산개발 관련 사업에서 이뤄진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아이디에셋이 주택을 사들여 상업용 건물인 근린생활시설로 탈바꿈함으로써 차익을 노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봤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거지역의 주택을 사들여 근린생활시설 등 상업용 건물로 신축 내지는 리모델링해 매각 차익을 남기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꼬마빌딩' 거래가 활발한 강남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건물 매입가의 2배 내지는 그 이상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아이디에셋이 시행한 청담동 건물은 현재 시세대로 팔 경우 건물 매입비용의 2배 가까운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물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3.3㎡당 1억5000만원 이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에 근린생활시설이 별로 없는 데다 신축은 더더욱 귀한 상황"이라며 "비슷한 조건의 건물을 이곳에서 사려면 3.3㎡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가량은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아이디에셋이 소유한 청담동 건물은 대지면적이 268.1㎡로 현재 시세대로라면 120억~160억원에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이디에셋은 최근 들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청담동 건물도 주목받게 되자 수익을 실현하기 어려워지자 PF대출을 상환하는 대신 연장하고 추가로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이 완공되고 등기를 접수한 이후인 지난달 27일 아이디에셋은 새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PF대출 48억원의 근저당을 다시 설정했다. 같은 날 같은 지점인 관악농업협동조합에서 토지와 2~5층을 담보로 12억원을 추가로 대출했다. 이보다 앞선 17일에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담보로 남서울농업협동조합에서 15억6000만원을 추가 대출했다. 총대출금액 75억6000만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PF대출 실행 단계에서부터 제2금융권에서 건축비는 물론 건물 매입비용까지 과도하게 대출을 한 상태로, 돈 안 들이고 건물을 지은 셈"이라며 "이대로 대출을 갚지 않아 건물을 경매로 넘겨도 사업을 시행한 회사는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비롯해 화천대유 등과 함께 청담동 건물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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