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액 70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도 3년 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버금가는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축포는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대내외적인 악재로 먹구름을 짙어지면서다.
최고 매출의 1등 공신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고점을 찍고 4분기부터 서서히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미중 갈등 속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복합적인 위기가 삼성을 괴롭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0.10.28 photo@newspim.com |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73조원의 매출을 달성,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매출액이 7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15조8000억원으로, 메모리 호황기던 지난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로 선전했다. 3분기 잠정 영업이익률은 21.6%로, 역시 2018년 3분기(26.8%)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잠정 실적의 경우 각 사업부별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는다. 증권가에선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판매 호조로 매출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에서만 1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이미 202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이 예상된다. 이전 최고치는 2018년 243조7700억원이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올 4분기에도 70조원대 매출을 기록해 종전 기록을 널찌감치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수익률인 영업이익률이다. 직전 최고 매출을 달성했던 2018년엔 영업이익률 24.2%를 기록했으나, 증권사들의 올해 전망치는 19%대에 그친다. 떨어지는 수익률의 원인은 가장 먼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서 찾을 수 있다. 업계에선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3분기 고점을 찍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형 반도체 고객사들이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PC와 IT 기기 교체 수요가 서서히 하락하는 추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D램은 전 분기 대비 3~8%, 낸드플래시는 0~5%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이 달렸던 메모리 반도체가 4분기부터는 수요를 앞지르며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가 다운사이클로 진입하며 4분기 D램 가격이 2% 하락할 전망이고, 2020년 이후 IT 수요를 끌어온 PC 판매가 6월 피크를 기록하고 감소로 전환, 고객이 보유한 메모리 재고도 정상 수준 이상"이라며 "가격 협상력 주도권이 수요자로 이전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 갈등에 최근 중국의 전력난까지 더해진 공급망 리스크도 삼성에겐 악재다. 중국의 제한적인 송전 조치를 현지 주요 생산 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현재 중국 당국의 전력 사용 억제 대상에서 반도체·파운드리 부문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부품 생산 공장들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 결국 반도체 완제품 생산까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D램, 낸드플래시 칩 생산은 지장이 없더라도 메모리 모듈, SSD 생산을 위해서는 반도체 기판이 필요한데 해당 공장의 가동률이 급감할 경우 관련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공급망 리스크는 이미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달 말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9~11월 매출이 74억5000만~78억5000만 달러에 그칠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보다 8% 가까이 감소한 수치로, 마이크론이 메모리 시장 둔화 우려와 공급망 리스크로 인한 출하량 감소 등을 선반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다 한 달 가량 앞서 실적을 발표해 두 회사의 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