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달 8일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됐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성평등위원회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특정 성별만을 생각하는 등 편향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연서명이 올라온 것이 계기가 됐다. 문제는 이유보다 과정에서 불거졌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성평등위원회 폐지에 대한 연서명' 안건에는 406명이 동의했다. 약 일주일 뒤인 이달 8일 중앙대는 학생 대표자로 구성된 확대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에는 101명이 참여했고 찬성한 인원은 불과 59명이다. 익명으로 안건을 냈던 발의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2021.10.22 heyjin6700@newspim.com |
성평등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도 위원회는 같은 위기에 처했다. 일부 학생들이 이번 익명 게시글처럼 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다만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이라 학생들은 여러 차례 공청회와 좌담회를 열어 숙의하는 시간을 가졌고, 폐지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관계자는 "익명 게시글을 보지 못한 학생들은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며 "코로나19 등으로 학교 공론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특정 의견이 과대표됐다"고 비판했다.
22일 기준 9000명이 넘는 학생과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중앙대의 성평등위원회 폐지 결정을 반대하는 연서명을 냈다. 과정의 정당성뿐 아니라 폐지 안건이 다수의 의견이 맞기는 했는지, 의구심이 생기는 지점이다.
이른바 '코로나 학번'의 비애는 단순히 축제나 MT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캠퍼스 낭만'을 누리지 못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학생자치를 경험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공론장에 참여하는 기회도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토론과 숙의를 통해 시민으로서 성숙할 시공간도 상당 부분 제한됐다.
코로나19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침투해 일상을 바꿔 놓았다. 방역이라는 이유로 기본권 제한이 일정 정도 용인되면서 의견을 표출하는 것부터 당장 막혔다. 학생들은 사람 틈에서 성장할 기회가 줄었다. 위드코로나로 회복해야 하는 건 경제만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본래 서로 부대끼고 충돌하면서 발전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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