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누리호에 참여한 300여개 업체. 이들이 생산한 부품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손을 거쳐야만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탑재될 수 있다. 누리호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기 때문에 조립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KAI는 이 같은 누리호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뉴 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현재 경상남도 사천에 우주 기술 개발을 위한 '민간 우주센터'도 건설중이다.
◆ KAI, 길이 47.2m, 최대 직경 3.5m, 총 무게 200톤 누리호 총 조립 담당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2014년 1월 누리호 개발사업에 참여한 KAI는 300여개 민간 업체 중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이었다. 하지만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성공적으로 완수해냈다는 평가다.
이는 누리호 개발사업이 시작된 2010년 3월로부터 무려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나로호의 총 조립을 맡았던 대한항공이 고심 끝에 누리호 사업 불참을 결정하면서 KAI가 누리호 체계 총조립 기업으로 선정된 것. 나로호는 2009년부터 2010년, 2013년 세 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다. 연이은 실패, 개발 장기화 등으로 당시 참여한 업체들은 '나로호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KAI 엔지니어가 차세대중형위성 2호를 환경 시험평가 하고 있는 모습 [사진=KAI] 2021.07.21 yunyun@newspim.com |
하지만 나로호와 비교해서도 누리호가 더욱 고난도 기술을 요했다. 우선 나로호는 러시아가 1단 로켓과 관련 장비 설계‧개발을 담당했지만 누리호는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진행했다. 1단 연료 탱크, 산화제 탱크 제작 등도 맡았다.
누리호는 길이 47.2m, 최대 직경 3.5m, 총 무게 200톤인 3단형 우주발사체로 나로호와 비교해 난이도도 크게 높아졌다. 나로호는 길이 33.5m, 무게 33.5톤의 2단형 우주발사체였다.
때문에 연구개발 예산도 나로호 5205억원에서 누리호는 1조9572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중 80%인 1조5000억원이 참여 기업에 쓰일 만큼 기업들의 역할이 막대했다.
◆ 2027년까지 반복 발사 통해 항우연 기술 민간 완전 이전...KAI,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 도약
지난 21일 1차 발사에서 위성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진 못했지만 내년 5월에는 실 위성을 장착한 누리호 2차 발사의 성공률을 높였다는 평가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수차례 기술 테스트를 통한 핵심기술 습득과 엔진 궤도 분리에서의 실패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내년 한 차례 추가 발사와 2024년, 2026년, 2027년 4차례에 걸쳐 반복 발사를 한다. 인공위성을 믿고 맡길 만큼 발사 성공률을 올리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향우연은 누리호 개발 기술을 민간에 완전히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KAI는 누리호 사업을 진행하며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로 도약하겠단 전략이다. '한국판 스페이스X' 탄생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도 나온다.
올해 2월 '뉴 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제조-운영-서비스로 이어지는 우주산업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고도 700km 도달 성공에 이르기까지 국내 300여개 기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힘을 모았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10.22 biggerthanseoul@newspim.com |
또한 ▲1단계로 누리호 체계 총조립 ▲2단계로는 2030년까지 시스템 총괄·제작·개발 ▲3단계로는 2030년부터 하드웨어 플랫폼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 밸류 체인을 완성해 나가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는 경남 사천에 국내 최초로 '민간 우주센터'를 건설 중이다. 위성 설계·제작·조립·시험을 우주센터 한 곳에서 진행해 개발 인프라를 최적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광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AI와 민간기업들이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축적을 한 것의 의미가 크다"며 "이제 우리는 한국형 발사체 기술확보를 바탕으로 한국의 여럿 위성, 우주 사업들의 비약적인 성장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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