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대전·세종·충남

대전시, 극단적 선택 공무원 사건 결론 못내...감사위 유명무실

기사등록 : 2021-11-02 15:5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대전경찰청에 사건 넘겨...유족 측 "비겁하고 무책임"

[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최근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다 지난 9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시청 9급 새내기 공무원 관련,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독립감사기구 임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조사 시작 후 1개월 넘게 2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유족측 주장과 사건 관계자들의 답변이 달라 한계에 직면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수사기관인 대전경찰청으로 사건을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사위는 지난 9월 29일 유족 측의 갑질 조사 요청으로 이날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개월 넘게 사건관계인과 참고인 등을 상대로 갑질행위 여부와 따돌림 행위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청 한 9급 공무원의 어머니(왼쪽)가 기자회견에서 고인이 된 아들 사진을 공개하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10.26 memory4444444@newspim.com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2019년 2월 허태정 시장의 공약사항으로 독립 감사기구로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공정성 확보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출범한 감사위가 양측의 주장을 듣고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에 대한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몇 달 내지는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대전시장과 시 감사위원회는 수사기관에 의뢰한다는 말로 책임을 떠넘기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전시의 미온한 대처가 결국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듯이 이번에도 두 번 죽이는 결론을 낸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대전시장과 감사위원장의 비겁하고 무책임한 태도는 전국민이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의 어머니는 "(아들이) 지난 7월 부서 이동 후 3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직속 상사와 부서원들의 무시와 집단 따돌림, 부당한 지시와 불합리한 업무분장, 투명인간 취급하며 상사가 마실 커피와 차를 타라고 해 자존감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가해자가 이미 특정됐는데도 대전시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가 늦어져 하루 빨리 징계절차를 촉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진석 대전시 감사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02 memory4444444@newspim.com

이날 감사위는 유족 측이 주장하는 내용의 사실 확인을 위해 20여명의 참고인에 대해 면담조사를 진행했으나 참고인마다 증언이 다르고 유족 측이 주장하는 내용과 사건 관계자들의 답변내용이 상반돼 교차점을 찾을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해 조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행정기관에서는 사건 참고인 및 관련자들의 임의제출 이외에 추가자료 확보의 어려움과 조사대상을 공무원만으로 제한함에 따라 조사에 한계가 있고 상반된 주장만 있는 상태에서 갑질 여부를 시에서 자체 판단하는 것은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도 적절치 않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유족의 궁금증과 억울함을 투명하고 종합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수사 권한을 가진 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감사위원회는 위원회로 접수되는 전화민원과 서류민원에도 대전시 셀프조사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고 갑질 행위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위해 수사 의뢰할 것을 희망하는 여론도 다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석 감사위원장은 "이 사건 관련 팀원들은 모두 이동배치됐고 결과가 나올 경우 징계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피해가 중대하기 때문에 관련 지침에 따라 수사의뢰 해야 했음에도 (감사위)가 선조사 후 경찰 조사 의뢰해 달라는 의사를 유족 측이 계속 요구했다"며 "수사 의뢰를 유족 측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11월 중 경찰 수사가 마무리 되고 검찰로 송치 될 때 감사위원회에서 재심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자신의 블로그에 어렵게 합격해 들어간 첫 직장에서 삶을 내려놓는 선택을 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라며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과장님 책상 정리하고 물과 커피 따라놓는 일은 아마 많은 국민께서 이번 사건을 남일 같지 않게 여기실 것"이라고 밝혔다.

memory4444444@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