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금융당국이 검사·제재 개편을 공식화하면서 사실상 현행 종합검사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지주들은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이 검사·제재 개편을 통해 '시장친화적' 감독방향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기존 '먼지털이식' 검사라는 비난을 받았던 종합검사를 폐지하고 '컨설팅식 부문검사' 방식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현재 검사·제재 개편을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으로, 이르면 연내 결과를 발표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3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에도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집중 검사하는 부문검사가 존재했는데, 앞으로는 종합검사 형식 대신 이 부문검사를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금감원 검사체계가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은보 원장도 3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세련되고 균형 잡힌 검사체계'로의 개편을 강조하며 "종합·부문검사로 구분되는 현행 검사체계를 위험의 선제적 파악·사전예방,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 및 검사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장이 "종합검사 폐지를 말할 단계는 아니고,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검사냐 아니냐 하는 용어에 너무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금융당국 안팎에선 검사 형식면에서 사실상 기존 종합검사 제도는 폐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금감원 종합검사는 사전자료 요청, 사전검사, 현장검사 순으로 진행한다. 현장검사를 실시하기 최소 한 달 전에 피검 금융사에 '검사 사전예고 통지서'를 보낸다. 현장검사 시 금감원 인력 30여명이 투입돼 한 달여에 걸쳐 ▲자본적정성 ▲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글로벌 및 디지털 사업 등 전 부문을 속속들이 검사한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장의 감독방향에 따라 부활과 폐지를 반복했다. 정 원장이 윤석헌 전 원장과 차별화한 '시장친화적 정책'을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만큼, 종합검사가 다시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종합검사는 과거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 당시 금융사 수검 부담과 보복성 논란 등으로 폐지됐다가 윤 전 원장 시절인 2018년 부활했다.
금융권은 정 원장의 종합검사 개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당국의 감독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기존 종합검사 방식은 폐지되고 컨설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란 의견이 많다"라며 "정은보 원장이 금융사들이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실 기존 종합검사 시행 시 과도한 자료 요청 등으로 다른 업무를 못할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졌었다"며 "전 원장의 징벌적 스탠스와 달리 금융사고 미연 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종합검사 폐지가 금융지주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사태도 종합검사를 중단했던 시기에 발생했고, 은행 채용비리 사건도 금융지주의 자체적 판단과 금감원 조사결과는 상이했다"라며 "종합검사 폐지로 인한 소비자 피해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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