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아이스크림 담합 의혹으로 롯데·빙그레·해태 등 빙과업계가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빙과시장이 수년째 쪼그라드는 가운데 수억의 과징금까지 물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올 여름 이례적 무더위로 반짝 들떴던 빙과업계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아이스크림값 담합' 제재 나선 공정당국...침울한 빙과업계
5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해태제과, 해태아이스크림 등 빙과류 제조업체 6곳은 최근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들 업체들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며 제품 할인율과 가격인상폭을 합의하는 등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업체들 간 서로 거래처를 침범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제각각 영업망을 챙긴 혐의도 포착됐다. 공정위는 내달 15일 해당 업체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심의하고 제재 수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빙과시장 매출 규모 |
빙과업계에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국내 빙과시장 매출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담합이라는 부정적인 논란이 다시 수면 위에 올라서다. 앞서 해태제과식품과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삼강 등 빙과류 제조업체 4곳은 2007년에도 아이스크림 콘 값을 담합한 혐의로 총 46억3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차이점은 2007년 당시 빙과시장이 호황기였던 반면 현재는 시들해졌다는 점이다. 식후 디저트로 커피와 차를 즐기는 문화가 부상하면서 아이스크림 소비가 급격히 줄어서다. 2015년까지 2조원 대를 유지하던 국내 빙과시장 매출 규모는 2018년 1조 6292억원, 지난해 1조5379억원으로 줄었다.
◆ 들쑥날쑥 아이스크림값에 이익률 하락...가격 정찰제도 쉽지 않네
과거에는 '한철 장사'라 불릴 정도로 여름철 아이스크림 판매가 쏠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커피 등에 밀려 매출 규모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업체 간 출혈경쟁이 장기화돼서다.
국내 아이스크림 가격은 편의점, 마트, 동네 슈퍼 등 유통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아이스크림은 최종 판매자가 가격을 정하는 오픈프라이스 제도로 권장가격이 정해지지 않는 품목이다. 동일한 바형 아이스크림을 편의점에서는 1500원으로 판매하는 반면 아이스크림 전문 판매점에서는 3배나 저렴한 500원에 책정하는 등 가격 차이가 크다.
유통업체간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아이스크림이 동네슈퍼, 전문 판매점 등의 '미끼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고 있어서다. 여기에는 빙과업체 간 치열한 경쟁구도도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통상 일반 식품 품목당 영업이익률이 5%가량인 것과 달리 최근 빙과류는 1~3% 내외의 낮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중복인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서울 낮 기온은 최고 34도까지 올라갈 전망이고 습도도 최고 80%가 예상돼 후텁지근한 날씨를 보이겠다. 2019.07.22 alwaysame@newspim.com |
업계에서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표준화하는 '가격 정찰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일부 품목의 권장소비자가를 적용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효과로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서다. 또 실질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은 최종 판매자에게 있어 유통경쟁이 지속되는 한 바뀔 여지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롯데연합(롯데제과, 롯데푸드)과 경쟁하는 양강구도로 재편된 만큼 향후 업체 간 출혈경쟁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해태가 빠지면서 업체 간 긴장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완화된 경쟁이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갑지만은 않은 측면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제조원가에서 유통비의 비중이 높고 마트, 판매점에 자사의 냉동고를 제공해 판매량을 늘리려는 빙과업체간 경쟁도 치열했다"며 "지난해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경쟁사가 줄어든 만큼 향후에는 업체 간 경쟁도 다소 완화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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