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지혜 기자 = 치솟는 기름값에 정부가 오는 12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유류세를 20%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이번 유류세 인하는 지난 2018년 15% 감면 조치에 이은 역대 최대 인하폭이다.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100% 반영될 경우 리터(ℓ)당 가격이 휘발유는 164원, 경유 116원, LPG(부탄)는 40원씩 내려간다.
정부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에서 인하 조치 시행 당일부터 인하분을 즉시 반영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주유소가 유류세 인하분을 즉시 반영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그렇게 하도록 최대한 조처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유공장에서 주유소까지 유통되는데 통상 2주가 걸리는데, 유류세는 정유공장에서 반출되는 순간 붙는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가격 하락으로까지 이어지려면 2주가 소요되는 셈이다.
정부의 협조 요청에 정유사는 시행 초기 손해를 감수하고 즉시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해야 한다. 비싼 값에 공급한 유류를 바로 싼값에 팔면 손실분은 결국 정유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앞서 2018년 10월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도 정유사는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 당시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소비자들의 체감 시차를 없애기 위해 직영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 당일부터 인하분을 즉시 반영했다.
당시 직영 주유소에만 소비자들이 대거 몰려 유류 판매는 늘었지만, 정유 4사는 100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수백억원대의 손해를 보고도 유류세 인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난의 화살은 정유사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유류세 인하에 따른 기름값 하락분을 상쇄시킬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3~12월 유류세를 10% 인하했으나 이 기간에 국제유가가 8% 가까이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오히려 오르자 정유사에 비난이 쏟아졌다. 세금 인하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해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류세 인하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도 모순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하는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을 발표한 정부가 탄소 배출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는 유류 소비를 증가시키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큰 대형차에 대한 휘발유 소비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류세 인하 시기가 끝난 이후도 문제다.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채 계속 부담을 감내해야 될 수도 있다. 유류세 인하의 부정적 영향이 크다면 이를 해결할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기업에 부담을 주기보다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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