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김모 BK그룹 회장에게 빗썸코인(BXA)을 상장해주겠다고 속여 1100억원대 계약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실소유주가 첫 재판에서 "적법한 계약 체결이었고 기망행위가 없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정훈(45)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6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3천9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2021.06.23 dlsgur9757@newspim.com |
이 전 의장 측 변호인은 우선 "2018년 당시 시장에서 빗썸코리아와 빗썸홀딩스의 기업가치는 1~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향후 기업가치는 2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김 회장은 경영권 인수를 위해 자신의 재력과 인맥을 과시하면서 피고인에게 먼저 주식매매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회장은 계약 과정에서 계약서와 합의서의 개별 문구를 세세히 검토하고 지시했으며 대형 법무법인 자문까지 받았으나 그 후 자금조달에 실패했다"며 "당초 약속과 달리 주식매매대금을 약정기일에 지급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거래소 상장 관련 내용은 협상 과정에서 삭제·변경됐다"며 "기망행위나 사기의 고의, 불법영득의사가 전혀 없으며 적법하게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앞서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경 김 회장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빗썸코인을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 달러(한화 1120억원)를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당시 금융당국의 규제로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김 회장에게 "인수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 대금은 코인을 발행·판매해 지급하면 되고 해당 코인은 빗썸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기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의 말을 믿고 빗썸코인을 선판매해 얻은 대금을 빗썸 지분 매수자금으로 일부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빗썸코인은 결국 상장되지 않았고 김 회장의 빗썸 인수도 무산됐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