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메모리반도체인 D램 시장이 세대교체를 준비중이다. 올 4분기부터 가격하락이 우려되고 있지만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DDR5'로 교체 시기가 도래하며 하락세는 길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부족 사태의 후폭풍도 거세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의 수급처 다변화와 기술 개발로 반도체 부족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G·AI·메타버스 수요에 강력해지는 'DDR5'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DDR5 교체 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 다퉈 DDR5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인텔도 DDR5를 지원하는 CPU를 출시하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14나노 기반 차세대 모바일 D램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LPDDR5X D램 [제공=삼성전자] |
LPDDR5X의 동작 속도는 현존하는 모바일 D램 중 가장 빠른 최대 8.5Gbps(Gbps, 초당 기가비트)다. 이전 세대 제품인 LPDDR5의 동작속도 6.4Gbps 보다 1.3배 빠르다. 특히 업계 최선단 14나노 공정을 적용해 LPDDR5 대비 소비전력을 약 20%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LPDDR5X의 단일칩 용량을 16GB으로 개발하고 모바일 D램 단일 패키지 용량을 최대 64GB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5G 시대 고용량 D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설계팀 전무는 "최근 증강현실, 메타버스, AI 등 고속으로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첨단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번 LPDDR5X를 통해 모바일 시장뿐만 아니라 서버, 오토모티브 시장까지 고성능 저전력 메모리 수요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텔, DDR5 적용 CPU 개발..내년부터 교체 수요 급증
DDR은 D램의 규격, 뒤에 붙는 숫자는 클수록 더 높은 성능을 의미한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DDR4는 2014년 출시된 제품이다. DDR5는 SK하이닉스가 201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후 지난해 처음으로 출시됐다.
DDR4가 주력인 현재 D램 가격은 3분기 고점을 찍고 4분기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D램 가격은 3~8% 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D램 수요자인 PC 제조업체나 데이터센터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부정적인 전망에 D램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신했던 이유는 DDR5의 본격적인 도입 시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DDR4를 사용하고 있는 PC나 메인보드에서는 DDR5를 사용할 수 없다. DDR5를 지원하는 새 CPU, 새 메인보드가 필요하다. 새 CPU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새 D램이 개발이 되도 범용 제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지금까지 DDR5를 지원하는 CPU는 없었다. 하지만 인텔이 지난 4일 DDR5를 지원하는 12세대 CPU를 공개하며 DDR5의 새 공급처가 생겼다. DDR5를 지원하는 CPU와 메인보드가 지속적으로 출시되면 DDR5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내년 초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도 출시 예정이다.
이에 따라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은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하다 DDR5 보급률이 올라가면서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DDR5 출하량은 올해 0.1%에서 내년 4.7%, 2023년 20.1%로 급증해 2025년 40.5%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경제, 고용 문제와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09 kckim100@newspim.com |
◆삼성·SK "수급망 관리 가능..메모리는 문제 없다"
재고 물량이 많고 향후 교체 수요도 예상되는 D램은 최근 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부족 사태와도 거리가 멀다.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반도체 부족 문제는 시스템 반도체인 차량용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반도체 공급망 정보에서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올 들어 문제가 된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의 원인이 아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단기적인 공급 부족 및 가격 인상이 있는 경우 고객이 저밀도 제품으로 전환해 수요를 조정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초과 생산능력을 권고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족 사태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탄력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메모리 기술 발전, 인력 개발 및 시장 주도 용량 확장에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사이클의 변동 폭이 작아졌고 보유 재고가 아주 낮은 수준이어서 (가격 하락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과거에는 PC로 메모리 수요가 한정돼 있었지만 현재는 응용처가 다변화됐다. 수요가 다양화되면 메모리 가격 변동성의 폭이나 주기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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