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대장동 민간개발업체 대표였던 이강길씨에게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불법 대출하고, PF대출을 일반자금대출로 조작한 사실 등이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 부실보고서에 기록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대장동PF 불법 대출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이강길씨와 대장동 PF 대출을 알선한 조우형씨는 불기소됐다. 여당은 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실수사 증거라며 이에 대한 의혹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2010~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건 검사자료, 2011년 10월 부실조사 보고서, 2014년 일부 수사의뢰서 등 3건의 자료를 김병욱 의원실에 제출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예보가 최근 삼정회계법인의 2011년 4월 부산저축은행 회계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는 부산저축은행이 BIS 자기자본비율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로 대장동 PF대출을 일으켰다고 적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 단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TF 3차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0.26 kilroy023@newspim.com |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총자산과 총부채는 각각 1조3000억, 3조8000억원 가량으로 최악의 상태일 때 BIS비율이 -191%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장동 PF대출이 집행된 것이다.
그는 이어 "당시는 공영개발이 취소되기도 전으로, 담보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1155억원을 대출한 것"이라며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이 2011년 5월1일 기소한 13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불법 대출건 중 11건이 100억원대 안팎 규모인데 반해, 대장PF(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건은 1100억원대의 부실·불법대출이었지만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예보와 금융감독원은 2010~2011년에 걸쳐 공동으로 저축은행 부실 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1155억원이 대출받는데는 불법행위가 개입된 것으로 여당은 보고 있다.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이강길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인 조우형씨 소개로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1155억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100억원이 꺾기방식으로 지급됐다. 조우형씨는 10억3000만원의 대출 알선료를 받았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예보가 의원실에 제출한 2014년 수사의뢰서는 주로 이강길씨 (불법대출에 관한) 건으로, 조우형씨에 대한 기록도 등장한다"라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조우형씨는 단 한 차례도 기소되지 않았다. 대장동PF 외에도 조우형씨가 포함된 건은 모두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저축은행이 PF대출을 일반자금대출로 조작한 기록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라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재 예보에 당시 압수수색 목록을 요구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 의원실의 요구에 따라 예보는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진상규명 TF의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당시 대장PFV관련 재조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예보 관계자는 "당시 사건에 대해 새로운 혐의가 드러난다면 추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2009년6월부터 2010년 12월 사이 분기별로 총 4차례에 걸쳐 회계조작을 통해 부실을 감추고 이익을 과대 계상했다. 이 가운데 2010년 12월말 반기 가결산 사례를 보면 263개 거래처에 대출에서 부동산PF를 일반자금대출 3조896억원으로 둔갑시켜 자산건전성에 문제없는 것처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대손충당금 1조6312억원을 과소 적립하고 당기순이익을 1조7473억원으로 만들었다. 실제로는 1조원이 넘는 부실로 BIS자기자본은 -94.18%로 자기자본 잠식상태였다.
이 같은 회계조작은 대출 취급시 부동산 신탁수익권을 담보로 취득한 것과 대출금 근저당권에 대해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았음에도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대출 종류나 대출 받는 대상에 따라 신용평가방식이 다르게 적용된다"라며 "PF대출로는 부실등급이라 대출이 불가한데, 일반모델로는 대출이 가능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윤석열 후보와 조우형씨·박영수 전 특별검사와의 연결고리를 지목하며, 윤 후보의 '부실수사'로 대장동 사업의 주역들이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구속을 피해 오늘의 사태를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태스크포스)는 2011년 사건 당시 불법 대출에 관여한 조우형씨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소개로 박영수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사건의 주임검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이고, 윤 후보와 박 전 특검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또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현재의 대장동 사태를 키웠다고 본다. 부산저축은행 등장인물이 대장동 사건에서 재등장하고 천하동인 4호, 6호로 거액의 배당을 받았기 때문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거 윤 후보가 사인한 부산저축은행 공소장을 읽어보면 (죄질이) 훨씬 미약한 사람도 다 기소됐는데 조우영만 빠졌다"며 "2015년 수원지검에서 조우영이 2년6개월 실형으로 구속 기소된 사실은 2011년 윤 후보가 검사일 당시 봐줬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화천대유 진상규명 TF 단장인 김병욱 의원은 "윤 후보 측은 대장PF 대출건이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1000억원대 특혜 대출이 얽힌 당시 사건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당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난 게 있나, 턱도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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