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최근 몇 년간 전국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던 경기도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수급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 아파트 분양시장에 청약통장이 대거 몰리면서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입주자를 찾지 못한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용인사와 화성, 고양 등 대기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대출규제와 내년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 위축도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다 경기 과천 주암·하남 교산 등 3차 신도시 사전청약과 함께 이달부터 민간 건설사가 경기도 지역에 12만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어서 시장에선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3기 신도시 사전 청약과 민간 건설사들의 공급 확대가 이어질 경우 공급 불균형 현상이 사라지면서 아파트값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진단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11.16 ymh7536@newspim.com |
◆ "공급 늘렸더니"…집값 상승세 주춤
17일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량은 총 918가구로 전달(789가구) 대비 14.05%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 중 5분의 1가량이 용인‧화성시에서 발생했다. 지난 9월 용인과 화성시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량은 248‧186가구로 지난해 1월보다 각각 78.62%‧27.41% 증가했다. 이들 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경기도 전체의 40.41%를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고양(113가구) ▲평택(112가구) ▲양평군(93가구) ▲부천(43가구) ▲시흥(42가구) ▲하남(22가구) ▲광주(15가구) ▲양주군(14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지난 8월부터 이달 8일까지 0.56%포인트(p) 내렸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5.29%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값 상승률은 9.98%로 서울을 제치고 전국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 내에서도 용인‧화성‧고양시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연초 2.22%까지 치솟은 용인시 아파트값은 지난달 0.96%p 떨어진 1.26%를 기록했다. 화성과 고양시 역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지난달 화성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1.95%로 전달(3.04%)보다 1.09%p 감소했다. 같은 고양시는 1.54%로 지난 1월 3.90%까지 상승했던 것과 비교해 2.45%p로 상승폭이 감소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1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2021.11.15 kimkim@newspim.com |
◆ 올해 경기도 입주 물량 8만 가구…경기도 향후 5년간 총 200만 가구 공급
매맷값 상승률이 꺾인 요인 중 하나로 공급 확대가 꼽힌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경기도에서 입주한 가구는 8만 7657가구로 지난해(10만 1306가구) 보다 1만 3649가구 줄어들었지만,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대기수요를 흡수했다.
올해 용인‧고양‧화성시 신규 입주물량은 총 1만 936가구로 화성시가 전체 입주물량에 36.37%를 흡수했다. 뒤를 이어 용인과 고양시에서 각각 2739‧1239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내년에 입주물량이 올해와 같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기도 지역 입주 물량은 8만 3819가구로 집계됐다. 특히 미분양 물량이 많은 용인과 화성시에서 각각 7720‧9309가구로 올해보다 181.85%‧651.33%나 늘어난다.
분양 물량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올해 경기 전지역에서 13만 771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만 3089가구)보다 10.61% 늘어난 1만 4621가구가 늘었다.
여기에 3기 신도시 사전분양이 이뤄질 경우 공급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인천‧경기(29만3000가구) 신규 공급물량과 기존 3기 신도시 등에 향후 5년간 총 20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 정부 공급 폭탄에 한 풀 꺾인 청약시장…"3기 신도시 본격 공급되는 3~4년 후에나 안정"
최근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공공택지 2차 사전청약에 10만명 넘는 예비 입주자들이 몰렸다.
지난 8일 마감된 2차 사전청약 접수에 10만1528명이 청약을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9.96대 1로 마감했다. 1차 사전청약(9만3798명 신청·경쟁률 21.7대 1)과 비교하면 청약 신청 인원은 늘었지만 경쟁률은 낮아졌다.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 경쟁률은 특별공급은 8.3대 1, 일반분양은 42.2대 1로 집계됐다. 평균 경쟁률이 가장 높은 지구는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2지구다. 1412가구를 분양하는데 4만8000명 넘는 사람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34.2대 1까지 올랐다. 이어 ▲성남 신촌지구(23.9대 1) ▲인천 검단·파주 운정3지구(각 9.9대 1) ▲의정부 우정지구(1.3대 1) 순으로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반면 민간 건설사의 청약 경쟁률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두산건설이 인천 미추홀구에서 분양한 '두산위브더제니시 센트럴 여의'는 총 351가구 모집에 4571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1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10월 21일까지 경기도에서 분양된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경기도에서 분양된 아파트 1순위 평균 경쟁률은 26.24대 1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정부와 민간 건설사의 공급 물량 확대로 아파트값 상승에 새로운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 교수는 "공급 물량 확대가 계속될 경우 집값 하락은 당연한 결과"라며 "정부가 20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주변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청약통장을 보유한 무주택자들이 3기 신도시 청약에 몰릴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공급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집값 하락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3~4년 이후는 돼야 집값 안정 기조로 들어설 것"이라며 "다만 대출 규제 완화와 수요자를 흡수할 수 있는 공급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집값 안정에 큰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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