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버스가 정차하는 과정에서 승객이 부상을 입은 경우 그 부상이 전적으로 승객 고의로 발생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버스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A운송업체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버스운송조합)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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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소속 시내버스 운전기사 B씨는 지난 2017년 7월 경 부산 동래구 한 버스정류장에 버스를 정차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리 일어나 있던 승객 C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약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같은 해 9월 B씨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에 대해 "범죄가 인정되나 버스공제조합 대인배상에 가입돼 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더라도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였던 C씨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113만원의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16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97만원을 병원에 지급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사 및 A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전국버스운송조합을 상대로 C씨의 치료비 상당액 97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당시 버스 내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B씨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 공단 측 청구를 기각했다.
공단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이 사건 사고는 승객인 피해자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했다고 봐야 하고 A사나 전국버스운송조합의 책임보험금 지급의무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정차할 경우 반동이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음에도 정차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손잡이를 잡지 않은 채로 가방을 매려 했다"며 "당시 버스 내부에 승객이 많지 않아 정차 전에 일어나서 하차를 준비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의 부상에 따른 손해에 대해 A사나 전국버스운송조합의 책임이 면제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운행자 손해배상책임 예외 규정은 자동차 사고로 승객이 부상한 경우 운행자는 승객의 부상이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인한 것임을 주장·증명하지 못하는 한 운전상의 과실 유무를 가릴 것 없이 승객의 부상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따르면 승객이 고의나 자살행위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는 운행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대법은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승객인 피해자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인한 것임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원심 판단에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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