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얼마 전 단골 미용실에서 일이다. 헤어 펌을 하고 12만원을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려는데, 신용카드 달라고 사장이 요청한다. 기자는 "네이버페이로 예약, 결제하면 할인혜택도 있고 미용실 사장님도 좋은 거 아니냐"고 하자, 사장 왈 "네이버페이 가맹점 수수료가 신용카드보다 높다"고 한다. 네이버페이는 한동안 수수료 0원을 내세워 가맹점을 모았다. 코로나 19 시국에서 모바일 가맹점이 크게 늘자, 수수료가 크게 올랐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1.08.06 hkj77@hanmail.net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기업의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지난달 말 기준 네이버페이의 수수료율은 2.2%~3.63%, 카카오페이는 2.0%~3.2% 수준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0.8~2.3%)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특히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은 네이버페이 2.2%, 카카오페이 2.0%로 신용카드(0.8%)보다 약 2~3배가량 높았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같은 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하는데도, 소비자의 결제 수단에 따라 배 이상 차이 나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신용카드사의 수수료는 정부가 결정하는 반면, 빅테크 기업은 수수료에 대한 별도의 규정 없이 내부에서 임의로 정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다. 이러한 차별 때문에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 요구가 나온다.
하지만 결제서비스의 경우 신용카드사와 빅테크를 동일한 기준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수수료 항목을 보면 신용카드사는 신용공여 형태이지만, 빅테크는 가맹점들의 대표 가맹점 역할을 하는 위험 부담행위를 하면서 신용카드 수수료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 수수료, 기타 서비스 수수료 등이 포함돼 있다. 당연히 빅테크의 결제 원가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는 빅테크와의 차별이 아니라 정부가 시장을 과도하게 개입해 생긴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하면서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이란 결제수수료에 들어가는 원가로, 이를 정부가 평가해 비용을 정한다는 의미이다. 말이 원가에 따른 수수료 조정이지, 정부는 2007년부터 총 13차례나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이 때문에 카드사 수익의 2/3 이상을 차지하던 결제수수료 수익은 현재 50%까지 떨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결제수수료는 원가가 수익을 추월하는 적자상태다. 카드를 결제하면 할수록 카드사는 손해를 입는다. 최근 카드사 노조가 "수수료율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결제시스템을 중단하는 총파업을 하겠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상황을 이 정도로 악화시킨 배경은 문재인 정부다. 2017년 대선 공약에 소상공인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를 포함하며, 정부 지침 수수료율보다 낮은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 범위를 사실상 모든 자영업자로 확대했다. 20017년 7월 연간 매출액이 3억~5억원 영세 자영업자에서 2018년 5억원까지 확대했다. 2018년 기준 카드사 전체 가맹점 267만개의 약 84%가 우대 수수료율 적용 받는다. 편의점 매출이 연 7억원인 점을 보면 거의 모든 자영업자가 해당한다. 사실상 적격비용 체계마저 무너진 것이다.
금융위가 내달이면 적격비용을 산정해 수수료율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번에도 또 인하한다면 카드사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인력채용을 중단하고 인력구조조정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카드사 노조가 수수료 인하 반대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수수료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금융위에 경고한 이유도, 자신들이 구조조정당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총파업이 시작되면 결제시스템 장애가 불가피하다. 그 피해는 자영업자의 소비자이고, 그 책임자는 금융위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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