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서울시의 '자율주행도시' 구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과 인프라에 집중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이용하는 상용화 단계를 준비중이다.
당장 연말부터 상암동에서 자율주행차 이용이 가능해진다. 내년초에는 강남 일대에서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가 운행하고 4월에는 청계천에서 자율주행버스도 탈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자율주행도시를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내세우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정광연 사회문화부 차장 |
지자체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미래 기술에 집중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자율주행도시 구축 사업에는 '핵심'이 빠져있다. 바로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윤리적 접근이다.
자율주행은 기술이다. 미리 입력한 프로세스로 움직인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구를 먼저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이른바 '인명 최우선 원칙'은 기술의 시작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화두다.
뿐만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원인과 책임을 누구에게 묻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 주체가 누가 될지도 관건이다. 기술적 안정성과 사회적 편익이 충돌할 때 기준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는 쉽지 않는 고민이다.
즉 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합의점을 찾는 모든 과정이 윤리적 접근인 셈이다. 따라서 이를 논의하고 검토하기 위한 전문 조직이나 합의체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도시 구축을 위해 거점을 확대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인프라를 연결하고 민관 거버넌스까지 운영한다. 촘촘하고 체계적인 준비지만 윤리적 접근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아쉬움을 넘어 실망까지 안겨주는건, 서울시가 윤리적 대응의 필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 시장은 자율주행 미래비전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자율주행 기술로 인한 사고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라는 부분은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이해하고 필요성을 느끼고 대화를 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도 정작 대안이나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실무 담당자는 "사고가 일어난 후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사안에 미리 걱정부터 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이다.
기술의 발전은 변함없이 윤리적 대립을 가져왔다. 자율주행은 안전문제 뿐 아니라 일자리, 개인정보, 위치추적 등 수많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괜히 해외 선도국가들이 기술보다 윤리지침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아니다.
"상용화가 우선이다,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지 말라"는 서울시의 대응은 그래서 불안하다. 내년부터는 자율주행도시 서울의 윤곽이 잡힌다. 더 늦지않은, 현실적인 윤리지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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