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상대방 의사에 반해 차량에 태운 뒤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도 감금죄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청구인 A 씨의 '만취 여성 감금 사건'에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하고 증거 판단을 잘못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0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재판 개입' 혐의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사건 선고 공판을 준비하고 있다. 2021.10.28 mironj19@newspim.com |
헌재는 "감금의 본질에 있어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 유형적인 것이나 무형적인 것이나 가리지 않는다"며 "감금에서 행동의 자유 박탈은 반드시 전면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피의자가 청구인을 차량에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감금죄 성립을 부정했지만 이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는 청구인이 차량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행위를 하는 등 감금의 고의가 인정되고, 하차를 못 하게 한 일련의 행위 역시 감금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검찰의 판단에는 법리오해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며 "이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헌재에 따르면 피의자 B 씨는 지난해 9월 22일 새벽 4시30분경 대구 달서구 한 식당 앞에서 만취한 A 씨를 발견하고 자신의 차량 조수석에 태웠다. 이후 약 5분 뒤 1.1km가량 이동한 지점에서 A 씨가 하차하려고 하자 가슴과 목 사이를 팔로 누르면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등 감금한 혐의를 받았다.
B 씨는 차량을 정차시킨 후 A 씨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키스를 하기도 했다.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하자 울면서 조수석에서 뛰쳐 나와 "도와주세요. 저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소리쳤고, B 씨는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다만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같은 해 10월28일 B 씨의 감금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B 씨는 검찰에서 A 씨가 차량 운행 중 내리려고 하자 위험해서 막은 것뿐이라며 감금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 씨는 검찰 처분이 자신의 재판절차진술권 등을 침해했다며 올해 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 씨는 "수사 과정에서 상해 발생에 대해 주장했지만 그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누차 요청했지만 검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A 씨의 청구에 이유가 있다며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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