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대출규제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자 주택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3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아파트 매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가계부채 축소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출총량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업계도 자체적인 대출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면서 신규 대출을 옥죄고 있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은 젊은층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더 어려워졌다. 특히 서울의 집값이 평균 9억원이 넘다보니 대출 규제가 직격탄이 된 셈이다.
올해 상반기 4%대 수준이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까지 치솟은 데다 내년 1월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도 한층 강화되는 만큼 30대 이하의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 40%대 육박하던 30대 비중 34%로 뚝...대출규제 직격탄
6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달(38.8%) 대비 4.4%p 하락한 34.0%를 기록했다. 지난 4월과 같은 수치이자 연중 최저치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30대 매수 비율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부동산 모습.<사진=김민지 인턴기자> |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30대 비중은 지난 1월 39.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5~36%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난 7월에는 39.4%로 재차 연중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후 8월 36.1%, 9월 38.8%를 기록하다 10월에는 34%대로 내려앉았다.
30대의 거래건수도 연중 처음으로 1000건을 밑돌았다.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감소한 것도 있지만 올해 월별로 30대의 거래건수는 2000건 안팎을 기록했다. 20대와 합해도 지난 4월(39.1%) 이후 6개월 만에 세대별 비중이 40%(39.9%)를 밑돌았다. 월별 20·30세대의 매수 비중이 높았던 8월(44.7%)과 비교하면 5.6%p 급감한 수치다.
30대의 영끌이 줄어든 이유는 신규 대출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7월부터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집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을 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적용됐다.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다른 대출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금리 연 2.5%,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한도가 4억2200만원에서 3억1500만원으로 줄었다.
지난 10월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금융권 대출이 더 얼어붙었다. 일부 시중은행은 자체적인 총량 관리에 들어가며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 관련 신규 대출을 아예 중단했다. 분양 아파트 잔금대출의 경우 현재 시세가 아닌 '분양가 또는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공사 기간에 발행한 시세 상승분을 담보물 산정에 제외하다 보니 대출자 입장에서는 자금 마련에 부담이 커졌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불어난 것도 부담이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1%p 안팎 뛰었다. 지난달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고정금리는 5.19%로 작년 말 4.20%에서 0.99% 상승했다. 3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 대출금리가 3.5%에서 4.5%로 뛰면 매월 상환액이 134만원에서 152만원으로 상승한다. 매월 18만원으로 연간으로는 216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1.00%로 인상돼 주택담보대출의 최고금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20·30대 영끌족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대출금리 6%대 초읽기, 주택시장 불확실...무리한 '영끌' 주의해야
주택 매수시장에 큰손 역할을 하던 30대 영끌족이 당분간 더 줄어들 것이란 분위기다.
내년에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 정부는 1월부터 DSR 2단계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DSR는 대출받는 사람이 모든 금융회사에 보유한 대출원금과 이자상환액이 소득 대비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총대출 2억원 초과 대출자에 대해 DSR 40%가 적용된다. 연소득 5000만원이면서 마이너스통장 5000만원을 보유한 대출자가 7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담보로 주담대를 받을 때 한도가 현재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25% 줄어든다. 7월부터는 3단계 규제를 적용해 DSR 40% 적용 기준이 총대출 1억원으로 더 쪼그라든다.
대출이 막히면 30대 영끌족들은 최근 가파르게 오른 주택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KB금융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이 9억원이 넘었다. 아파트만 보면 12억원이 수준이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눈을 돌려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경기지역 아파트의 평균 매맷값이 6억원을 돌파했다. 시세 6억원 이하의 주택에 적용되는 서민금융 '보금자리론'도 받을 수 없다.
대출도 부담이지만 주택시장이 불안한 것도 영끌 매력이 낮아진 이유다. 내년에도 집값 상승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외 변수가 많아 자신하기 어렵다. 주택 가격이 최고가인 소위 '꼭지'에 매수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실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아직 마이너스 상승률은 아니지만 지난 10월 3주차 이후 6주 연속 아파트값 상승률이 하락했다. 시장 분위기도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로 전환됐다.
대출규제와 주택시장 불안에 20·30대 영끌족의 매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도 커져 30대 이하의 영끌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택경기 불확실성도 존재하는 만큼 무리한 대출을 이용한 주택 매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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