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기관투자자 몰래 투자일임재산으로 '채권 파킹(parking) 거래'를 하면서 증권사에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와 B 씨의 상고심에서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B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에게는 벌금 2700만원과 추징금 1300만여원도 선고했다.
또 이들과 함께 채권 중개 업무를 담당한 증권사 브로커 6명도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자산운용사에서 채권 운용 업무를 담당하던 A 씨와 B 씨는 2012년 2월 경부터 증권사 브로커들과 공모해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일임받은 재산으로 채권 파킹 거래를 해 왔다.
채권 파킹은 증권사 브로커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지시에 따라 채권을 매수해 증권사 계정에 보관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펀드매니저가 그 채권을 매수하거나 다른 곳에 매도하도록 하는 거래를 말한다. 채권 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지만 이자율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을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브로커가 상호 정산하기로 하는 일종의 '장부 외 거래'로 불법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들은 2013년 5월 경 이자율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파킹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증권사에 손실이 누적되자 기관투자자 재산으로 증권사가 입은 손실을 보전해주는 손익이전 거래를 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5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고인들이 한 채권 파킹 거래는 기관투자자와 체결한 투자일임계약에 따른 재산 운용 방법에 해당하지 않아 투자자에 대한 업무상 임무를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행위로 투자자에게는 금액을 특정할 수 없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고 증권사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보인다"며 이들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펀드매니저로서 수익률 추구에만 몰두한 나머지 계약을 위반한 채권 파킹 거래를 해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하고 그 결과 증권사에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자신들의 거래를 감춰가며 투자자에게 큰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지적하며 A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7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1300만여원을 명령했다. 또 B 씨에게도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이들의 채권 파킹 거래로 인한 손익이전 행위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계획적으로 손해를 가하려는 행위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던 점, 이 사건 기소 전에는 채권 파킹 거래 자체가 처벌받은 예가 없어 피고인들에게 경각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의 사용자가 피해를 보상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단에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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