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1-12-16 10:42
[서울=뉴스핌] 사건팀 = 정부가 전국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4명으로 축소하고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는 등 거리두기 강화 대책을 내놓자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은 급작스럽게 바뀐 방역지침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45일 만에 끝이 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분노하며 망연자실했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16일 "통탄스럽다.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이다. 오는 22일 자영업자 총궐기를 진행할 것이고,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방역대책 보이콧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조 대표는 "일상회복 시작 전인 지난 10월부터 병상확보 이야기는 계속 나왔는데 정부가 제대로 못 한 부분을 자영업자들이 백신접종자까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대응해야 하나"라며 "왜 정부는 좀 더 발전된 다른 조치를 생각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이날 방역강화 조치를 통해 오는 18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전국의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백신접종자 4인으로 축소하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흥시설 등 1그룹과 식당·카페 등 2그룹 시설은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화관, 공연장, PC방 등 3그룹 시설은 오후 10시로 제한한다.
서울 구로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조모(56) 씨는 "화가 난다. 점심 장사하러 나가야 하는데 가게 셔터를 열기도 싫다"며 "정부가 너무 대응을 못 하니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이 다 화병 걸렸다"고 토로했다.
부산 부산진구에서 막창집을 운영하는 이모(62) 씨는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며 "10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다. 그냥 장사 접으라는 소리 아니냐. 가게 가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안 생긴다. 가끔은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나라가 이렇게 하라면 이렇게 했고 저렇게 하라면 저렇게 하면서 버텼는데 이제는 장사를 아예 하지 말라고 한다"며 "총리도 며칠 전에 방역수칙 위반해서 아주 망신당하지 않았나. 본인들도 안 지키는 방역수칙, 거리두기를 국민들 보고 지키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지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고 반발했다.
하필수 서울시 노래연습장협회 회장은 "노래방은 오후 8시쯤 돼야 손님이 온다. 그런데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고 문 닫으라는 거는 손님을 아예 받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병수 한국인터넷피시문화협회 회장은 "위드코로나 한다고 해서 아르바이트생을 뽑아놨는데 이렇게 중단하면 뽑아놓은 아르바이트생은 어떻게 하나"라며 "정부는 이런 고민을 전혀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한 것이다. 손실은 자영업자들이 떠안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혼부부들도 막막함을 표했다.
오는 18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안다빈(31) 씨는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결혼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방역 강화로 다시 막막해졌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해서 인원도 소규모로 잡았는데 거리두기 강화하면 안 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며 우려했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김수빈(25) 씨는 "청첩장을 돌리면서도 숫자 체크를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애초에 코로나19 때문에 인원수를 적게 잡아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한데 위드코로나 한다고 해놓고 다시 중단하니까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시민들은 입장이 엇갈렸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드코로나를 밀고 갔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인 김혜주(26) 씨는 "지금 이미 확진자 수가 7000명대다. 앞으로 만 명도 넘어설 것 같은데 백신도 소용없는 것 같다. 마스크를 제외하고는 거리두기 밖에 방안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은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최동호(27) 씨는 "위드코로나를 밀고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진자 많이 나올 거 알고 시행한 거 아닌가"라며 "4인 이하 오후 9시까지 제한을 둔다고 해서 달라질 거라고 보지 않는다. 당장 지하철 출퇴근할 때만 해도 수십 수백명이 돌아다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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