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현대중공업 직원의 명절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벌인 법정 다툼은 근로자들의 승소로 9년 만에 마무리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정모 씨 등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해 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조선해양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번 소송의 핵심은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800%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와 통상임금을 재산정하자는 근로자들의 요구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였다.
현대중공업은 2개월마다 100%씩 총 600%에 연말 100%, 설·추석 명절 50%씩을 더해 모두 800%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회사는 '800% 상여금'을 전 종업원과 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했지만, 명절 상여금(100%)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했다.
근로자들은 통상임금의 법적 기준을 정기성(정기적인 지급), 일률성(일정한 조건을 만족한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 고정성(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했다면 업적·성과 등과 무관하게 당연히 지급)으로 삼아온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소급분을 회사가 줘야 한다며 2012년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매년 지급되는 격려금, 성과금 등 수당이 산정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최종 승소할 경우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근로자 3만8000여명에 대한 4년6개월치 통상임금 소급분은 6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에서 지급해야 할 추가금액은 7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재판에서 현대중공업 측은 근로자들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경영위기가 초래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 법리를 근거로 지급을 거부해왔다.
신의칙 인정 여부를 두고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2015년 2월 "회사의 경영 상태가 악화됐지만 이를 이유로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명절 상여금 100%를 제외한 상여금 700%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면서도 신의칙을 인정해 추가 발생하는 임금 소급분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명절상여금까지 모두 상여금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은"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시적인 경영 악화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이나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며 이번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아울러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사건과 유사한 취지로 현대미포조선 직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도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추가 법정수당과 이를 반영한 추가 퇴직금의 지급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상여금 800%를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했고 회사가 임금 소급분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신의칙에 위배돼 임금 소급분 지급은 허용될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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