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수서발 고속철도 도입 요구가 전국 각 지역에서 커지고 있지만 논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도입이 추진되다 중단된 전라선은 물론 창원, 포항, 진주 곳곳에서 강남, 수도권 동남부와 연결해달라는 요구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SR이 수서발 노선을 전담하기로 한 현 체제 기준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코레일과 SR 등 철도산업 구조개편 논의에 따라 수서발 노선을 어떻게 운영할지 등의 방향을 결론짓게 되는 만큼 코레일이 수서발 노선을 도입할 여지도 남아 있다. 하지만 결정권을 쥔 국토교통부는 이달 나올 예정이던 논의를 지연시키면서 결론을 언제까지 낼지조차 답하지 못하고 있다.
◆ 전라선·경전선·포항~수서 등 요구…SRT는 차량구매 지연, 코레일 사업권 보장이 부메랑
1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전라남도, 경상남도, 경상북도는 모두 수서발 고속철도를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남에 해당하는 전라선은 올해 SRT 시범도입 계획이 잡혔지만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고 창원, 진주 등을 지나는 경전선과 포항~수서 노선을 요구하는 지자체들도 늘어나는 수요를 고려해 고속철도를 서둘러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SRT 확대를 반대하는 여론에 밀려 수서발 노선 확대에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SRT는 2016년 운행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호남선과 경부선만 운영하고 있다. 노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면허를 취득하는 동시에 차량을 늘려야 하지만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하고 있어서다. SR의 여유 차량은 1편성에 불과하다. 14편성 구매 계획을 세웠지만 노선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는 정부 결정만 있으면 차량을 당장 투입할 수 있다. 예비 차량 12편성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이 요구하는 대부분의 철도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코레일의 수서발 투입여부에 대해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처지다. 새로운 고속철도 운영사인 SR 설립 추진 당시 신규로 운영하는 수서발 노선을 SR이 전담하기로 했던 결정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에는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설립되는 SR에 코레일의 기존 노선 운영권을 넘기기는 어렵다는 점이 주로 작용했다. 하지만 코레일의 사업권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결정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 수서발 KTX 도입, 국토부 결정과 배치돼 모순…거버넌스위원회, 구성원도 기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 중인 연구용역은 일정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이유는 해당 논의를 전담하고 있는 '거버넌스분과위원회'가 추가 논의를 요구하고 있어서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산업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위원들이 자료 보완을 요구하고 있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1월 또는 2, 3월에 결론을 낼 수 있을 거라는 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돼야 한다면서도 논의 과정은 기밀에 붙이고 있다. 회의 주체인 거버넌스분과위원회 구성원조차 기밀사항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유지만 오히려 노사를 막론하고 철도업계 이해관계자들이 진전된 논의를 위해서는 협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방향을 설정한 결론을 가지고 대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어느정도로 활발한 토론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코레일 분리인 SR 설립을 결정한 국토부가 다시 통합하자는 모순에 빠진 국토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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