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220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12년과 벌금 100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전 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경영자의 권한만 누려온 피고인이 이제는 경영자 지위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아울러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징역 7년,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에 징역 5년, 최태은 전 SKC 경영지원부문장(CFO)에 징역 4년, 안승윤 SK텔레시스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35억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10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0.28 mironj19@newspim.com |
검찰은 특히 최 전 회장에 대해 "오너 일가로 태어났다는 출생의 장점을 통해 여러 계열사에서 경영자로서의 온갖 권한을 누려왔지만 그에 반해 준법경영의식은 전혀 갖추지 못했다"며 "고액의 급여를 받으면서 대외활동을 하는 동안 회사는 어떻게 어려워졌는지, 다른 임원들이 피고인의 불법을 감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죄에 부합하는 형이 선고됨과 동시에 훼손된 법 질서를 바로잡고 재벌 기업의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진 불법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최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지난 6개월의 수감생활 동안 심적 고통도 컸지만 제 자신과 주변,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였다"며 "그동안 제 주변 많은 사람들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장시간 곤욕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죄의 유무를 떠나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곤욕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저와 함께 기소된 경영자와 관계자들은 회사 발전, 나아가 국가 경제발전에 평생을 바친 분들"이라며 "잘못이 있다면 모든 것은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저를 벌해주시고 이분들은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수십년간 기업을 경영하며 발생한 일부 과오는 다 시인하고 있다"며 "그것이 과연 피고인의 인생 전부를 송두리째 부정당할 과오인지 잘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고령의 피고인이 인생 막바지에 장기간 수사와 구속, 재판 과정을 통해 겪은 고통을 극복하고 미력이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기회를 달라"고 했다.
앞서 최 전 회장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가족 및 친인척에 대한 허위 급여 지급, 개인 유증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 명목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SK텔레시스 등 6개 계열사에서 총 223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구속기간 만료로 지난 9월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2011년 9월부터 2015년 6월 사이 자신이 운영하던 SK텔레시스의 부도위기를 막기 위해 SKC로 하여금 936억원 상당의 유증에 참여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SK텔레시스가 부도가 날 경우 당시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판이나 형 확정 후 사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해 조 의장 등 SK 관계자들이 최신원 전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유증을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은 내년 1월 2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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