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타 지역에서 강남 대치동으로 '전세 갈아타기'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 전셋값을 올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강남구 대치동 W공인중개 사무소 대표)
서울 전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강남과 노원구 등 지역 대표 학군 단지들의 전셋값은 '요지부동'이다. 해당 지역은 지난달 끝마친 수능시험 이후 갈아타기 수요가 유입돼 집 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으면서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마르자 폭등한 전세값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거래가 줄어든 탓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임대차 3법과 세금 증가로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면서 주요 학군 지역의 공급 물량이 쪼그라드는 점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12.20 ymh7536@newspim.com |
◆ 강남4구‧노원‧목동 등 명문 학군 지역 전셋값 상승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8%로 전주(0.10%)보다 상승폭이 0.02%포인트(p) 감소했다.
서울 진 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이 주춤한 반면 인기 학군 지역은 오히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전셋값은 0.09%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초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전주(0.07%) 대비 0.04%p 상승한 0.11%를 기록했다.
서울의 대표 학군지역인 강남구 대치동과 역삼‧수서동 지역 전셋값 상승률은 0.10%를 기록했다. 노원구와 목동 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은 각각 0.06%, 0.10%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학군 수요가 있는 강남 역삼과 대치, 수서동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 이어지고 있다"며 "노원구와 목동이 포함된 양천구는 매수심리가 위축됐지만,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셋값 상승률은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역시 전세수요 증가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부동산업계 관계자들도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의 전셋값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강남4구와 노원‧양천구 등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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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인기 단지 전셋값 4억원 상승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 호가는 적게는 8억원에서 많게는 13억원이다. 전용면적 76㎡ 역시 5억5100만원에서 10억300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됐다. 이중가격 내지 삼중가격이 형성됐다.
실제 거래된 전셋값은 두 달 새 3억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 3일 거래된 전용면적 84(12층) 전셋값은 8억원으로 두달전 동일한 매물보다 2억 6450만원 상승했다.
분당선 한티역 인근 단지들의 전셋값은 4억 5000만원 상승했다.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59㎡(6층)는 지난달 17일 14억 5000만원에 거래를 체결되면서 지난해 최고가(13억 5000만원) 보다 1억 5000만원 뛴 금액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대치동에 이어 잠원동 역시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6일 잠원동 신반포 자이 전용면적 59㎡(6층)는 16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이는 직전(6월 28일) 거래가보다 5억 5400만원 오른 금액이다.
한티역 인근 상가에 위치한 Q공인중개 사무실 관계자는 "수능 시험 이후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인기 단지에 경우 전셋집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비 인기 단지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임대차 3법 영향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 인근 D공인중개 사무소 대표는 "타 지역에서 이주하려는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계약쟁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매물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며 "전세 대기 수요는 밀려드는데 공급이 없으니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 전세대출 막히자 버티기 들어간 세입자
노원구 중계동과 양천구 목동 역시 비슷하다. 노원구 중계동 라이프청구신동아 전용면적 115㎡(14층)는 이달 11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해당 금액은 지난 8월 매맷값(13억 9000만원) 보다 2억 9000만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중계동에 있는 주공5단지 전용면적 58㎡(13층)는 지난달 4억 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같은 달 전월세 최고가(4억원)보다 8000만원 비싸게 세입자를 들인 것이다.
양천구 목동에 있는 신시가지5단지 전용면적 95㎡는 매물이 단 하나 밖에 나와있지 않다. 전세 호가는 6억원 중후반으로 형성됐다. 지난달 5억 2500만원에 맺어진 전세 계약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목동에 있는 L공인중개 관계자는 "11월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 '물갈이'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 물량이 이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수능 시험을 대비해 타 지역에서 이사 오려는 수요도 겹치면서 전셋값이 소폭 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세입자 중 수능 시험이 끝났음에도 전세계약쟁신청구권을 통해 계약을 연장한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공급 물량이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원래 전세금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대치동과 노원, 목동 등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학군지는 수능이 끝난 직후 전셋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이라며 "다만 물량 감소는 일시적인 줄어들면서 전셋값 소폭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갈아타기 수요자들이 전세자금 대출에 막히면서 이주보다는 기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전세계약쟁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 연장을 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거래가 위축되는 측면이 있다"며 "내년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후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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